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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 Jan 11. 2019

인스타 커플들이 행복해보이는 이유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이야기, 가까이서 보면 다이나믹 궁상 

스페인 여행 중에 갔던 맛있는 타파스바 !


회사를 오랫동안 다닐 수 있는 이유는,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동료때문이다. 업무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미주알고주알 재미있는 이야기를 서로 나눈다. 때론 여행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내가 취미미술을 도와주기도 한다. 같은 회사에 이렇게 마음맞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은 참 지금도 무척 감사하고 있는 부분이다. 같은 취향, 같은 관심사의 동료들이기에 여행의 취향도 비슷했다. 오랫동안 '스페인'이라는 나라를 여행해왔고 2018년 연말에도 스페인에 갈 계획이라고 동료에게 들려줬더니 그 동료도, 동료의 동료도 스페인 여행을 예약했다고 한다. 내가 알고있는 스페인의 깨알같은 정보를 들려주었고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연휴를 즐겼다.


아무리 친한 동료라도 여행 중 연락은 최소화하였다. 서로 여행하느냐 바쁜 탓도 있겠지만 이미 내 SNS를 키면 그들의 스페인 여행 사진들이 늘 나오곤 했기 때문이다. 내가 세번째 스페인에 가서나 볼 수 있었던 작은 마을도 가서 사진을 찍어 올렸고 스페인에서 공연을 보는 장면도 올렸다. 사진만 보았을 때 정말 완벽한 여행을 하는 것 같아 굳이 내가 연락해서 정보를 줄 필요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도, 그들도 여행을 다녀온지 2주가 지나고 현실로 돌아왔을 때 대뜸 그때 그 스페인에서 사진을 멋있게 찍어 올렸던 동료 한명이 이야기했다.


"저 여권이 없어졌었어요. 여행가기 하루 전 여권이 사라져서 아예 스페인에 못 갈뻔 했다니까요?"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잘 다녀오셨잖아요?"


이야기는 그렇다. 12월의 어느 토요일에 출국 예정이었던 그는 금요일 저녁 자신의 여권과 국제면허증이 분실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당일날 공항에 가서 긴급으로 단수 여권을 만들어 여행을 다녀온 것이었다. 그런데 그 긴급 여권 발행 역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돌아다니면서 분주하게 서류를 챙겨 신청해야만 했다는 것이다. 이야기만 들었을 땐 무슨 홍길동이 돌아다니는 스펙타클한 영화의 줄거리를 듣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비행기를 못탈뻔한 일, 연착이 되서 비행기를 놓칠뻔한 일, 국제면허증을 발급받느냐 여기저기 갔던 일을 듣는동안 나도 모르게 내 동료가 동분서주하며 움직인 흔적들이 머리속에 저절로 그려졌다. 




하긴 그러고보니 나도 내 SNS에는 아름다운 사진만 올리는구나!


나 역시 스페인에 있는 동안 우리의 결혼 기념일도 있었고, 크리스마스도 있어 모처럼 대성당 옆 수백년 된 성에 방 예약을 했다. 여행이니까 좀 특별해지고 싶었다. 중세시대 백작 부인처럼 성에서 우아한 휴식을 취하려고 했다. 그런데 웬걸 중세시대 성은 일단 너무 오래되서 너무너무 추웠다. 하지만 참을 수 있었다. 어둑어둑한 성의 분위기 역시 참을 수 있었다. 내가 가장 못참는 부분은 대성당의 '종소리'였다. 15분에 한번씩 대성당 종이 울려댔는데 이게 정말 사람을 잡았다. 가볍게 "땡!"이래도 참을까 말까인데 "뎅~~~~~~~~~~~~~~"이렇게 울려대는 종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았다. 결국 난 귀족처럼 우아하게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려 했지만 주황 귀마개를 끼고 오들오들 떨면서 잠을 자야만 했다.


이게 아주 가까운 나와, 내 남편, 그리고 동료에게 들려준 솔직한 이야기이고 사실 내 SNS에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진만 선별해서 올린다. 그것도 하루에 1000장 정도 찍은 것중 가장 비현실적으로 나온 사진만 골라서 올린다. 아마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내 SNS를 본다면 엄청나게 아름답고 환상적인 곳만 여행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가까이서 본 현실은 다이나믹한 시궁창이었는데 말이다.




나는 SNS에서 행복하고 아름다운 모습의 사진만 선별하여 올리게 되었을까? 그건 당연히 타인에게 이왕이면 동정보단 관심을 받고 싶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불쌍하다'라는 이야기를 듣기보단 '우와!'라는 감탄사를 듣고 싶기 때문이다. '인정'에 목마르고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 오늘도 SNS에 사진을 올린다. 아름다운 사진으로만 선별해서 나도, 너도 도배를 하는 것이다. 그뿐이다. 


하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나 역시도 아름다운 사진만 올리면서 타인의 알콩달콩 행복한 모습, 달달한 모습, 럭셔리한 선물을 서로 주고받는 모습을 볼때면 가끔 내 자신이 오징어가 된 것 같다. 그러니까 멀리서 사람을 바라보고, 멀리서 연출된 모습을 보면서 현실 속의 내 모습과 계속 비교를 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세상의 모든 커플들은 모두 행복하고 달달한데 나만, 내 배우자만, 우리 가족만 오징어 꼴뚜기가 된채 한없이 초라해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커플들을 만나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면 다 그 안에 전세값 문제가 있고, 까칠한 성격 문제가 있고, 그 밖에 아주 디테일하고 다양한 고민거리가 나온다. 그들도 나와 같은 이야기를 지닌 것이다. 만약 그런 고민거리 하나 없고 그저 고귀하고, 우아하기만 하다면 어쩌면 그 커플이 더 이상한 것이다. 어떻게 서로 다른 문화생활을 했던 두 남녀가 만났는데 늘 아름답고 평화롭기만 할 수 있을까? 그것은 판타지 소설에서만 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닐까?


우리가 여행을 가서 24시간 계속 붙어있다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것으로 싸운다. 삼십대의 성인남녀가 아이스크림 브랜드명으로 싸운적도 있다. 그런데 그런 시간들도 시간이 지나 멀리서 바라보니 그저 아름답고 재미있는 추억거리가 같다. 


나의 결혼 생활도 현실은 현실일 뿐이지만,

1년이 지나, 2년이 지나 돌이켜보면 그저 아름다운 추억이다.


타인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멀리서 보면 내 이야기든, 타인의 이야기든 모든게 아름답지만

가까이서 보면 다이나믹한 고민거리가 존재하는게 삶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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