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을 받은 남편, 그리고 그의 아내
그런 영화가 있다. 배우들만 봐도 신뢰가 가는 영화. 내겐 딱 이 영화도 배우를 보고 저절로 호감이 생긴 영화였다. 게다가 몇년 전 결혼을 한 이후부터 ‘행복한 결혼 생활’, '사랑', '우정' 이런 개념들을 깊게 생각하고 공부하고 있는 찰나 이름부터 묘하게 끌렸다. '더 와이프'라니...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 남편
영화는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으로 도입을 한다. 두 노부부는 너무 기뻐 침대에서 방방 뛰는데 얼마나 표정이 밝은지 어린 아이들과 같다. 표정하나하나 동작 하나하나에 연륜이 깊은 명배우들의 호흡을 느낄 수 있어 자연스럽게 노부부 이야기로 빠져 들어갔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올라가면 시상식이 열리는 '스웨덴'으로 초청을 받는가보다. 영화는 노벨문학상 시상을 어떻게 받고,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를 보여준다.시간의 흐름대로 나는 노부부가 떠나는 발걸음을 향해 스웨덴으로 이동을 했다.
존경받는 남편, 미숙한 부모
문제는 노벨문학상 수상을 받기 위해 스웨덴에 도착하며 벌어진다. 애처가지만 아들에게는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아들도 마찬가지로 소설가 지망생이지만 아버지는 무시한다. 아들은 삐뚤어지고 가족은 서로 아주 약간의 생채기가 생긴다.
반전아닌 반전
하지만 진짜 생채기는 따로 있다. 어딘가 스트레스 지수를 조사할때 가장 스트레스 지수가 높게 차지한 1위가 배우자의 사망이라던데 배우자가 주는 스트레스는 그야말로 서로에게 어마어마한 상처를 준다. 영화에서도 두 노부부가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고 괴로워하고, 마음 아파한다.
그 생채기의 시작은 다름아닌 서로의 그늘이었다.
우리는 사랑 혹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간혹 희생을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늘 아래 가려진 채 가족을 위해 스스로 자신의 욕구, 마음을 버릴 때가 있다. 아주 사소하지만 남편은 분명 주말에 쉬고 싶을텐데 내가 친정집에 간다니 기꺼이 운전을 해준다고 한다. 내가 남편 입장에서 본다면, 그것은 휴식을 버리고 일종의 육체적 희생을 선택한 것과 다름없다. 바로 나와의 원활한 관계와, 가족의 평화를 위해 학습된 결과겠지...반대로 나 역시도 그런 적이 많다. 결혼 전 명절마다 여행가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가족의 평화를 위해 가족 모임엔 최대한 참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역시도 우리 가족의 평화를 위해 학습된 결과이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 라는 질문에는 정답이 아닐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희생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 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어렷을 적 갓 태어난 아기가 내 얼굴을 때리고, 내 물건을 가져가도 난 전혀 희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너무 사랑스럽기만 했다. 희생이라는 생각은 일단 내 마음이 상해있는 상황인 것이다. 만약 내가 무엇인가 선의를 베풀었는데 '희생했다.'라는 생각이 들면 이미 쌓인게 많다는 소리이다. 희생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려면 내 감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결론은 일방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아주 잘 나가는 남편을 둔 부인은 마냥 행복할까? 아주 잘 나가는 부인을 둔 남편 역시 아주 행복할까?
물론 당연히 행복할 것이다. 나의 동반자가 잘되는데 싫은 감정이 드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상대방은 계속 성장하는 것 같지만 나는 계속 도태되어 간다면 균열이 올 수 있다. 우리는 가족이라는 공동체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성장하는 것은 당연히 환영받을 일이지만, 그 전제는 나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게다가 이 영화처럼 성공 안에 감춰진 반전 아닌 반전을 보다보면 복잡한 그들의 심리에 생각이 잠긴다. 가족이기 전에 각자 독립된 성인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한 사람만의 발전이 아닌 공동으로 발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서 언젠가 이 영화의 마지막처럼 누군가 한 사람이 떠나갈 때 그 사람에게 떳떳하게 넌 나의 친구이고, 연인이고, 나는 너의 조력자였다.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참, 학교 다닐때는 책만 열심히 보고 외우면 그만이었거늘, 사람의 감정이 걸려있는 문제는 복잡 미묘한 부분이 많다. 이렇게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며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을 보고 배워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