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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 Nov 27. 2020

직장인, 소소한 칭찬을 마주하다

소소한 기쁨을 만끽하기 위하여 

국제 택배가 도착했다. 해외에서 내게 소포까지 보낼 사람이 없는데 이건 무엇일까? 하며 열어보니 미술 도구와 함께 축하한다는 상장이 들어있었다. '세계 일러스트 어워드'에 당선된 것이다. 이런 공모전이 있는지도 몰랐고 알았어도 게으름 때문에 지원조차 하는 걸 머뭇거렸는데 이렇게 수상을 받게 된 것이었다. 오랜만에 외부에서 받는 칭찬에 그저 어안이 벙벙하기만 했다. 마냥 기분이 좋다가도 이내 침착해지긴 했지만 얼마 만에 받는 칭찬과 인정인지 모르겠다. 더 놀라운 점은 내 작품을 보고 다른 나라의 사람이 심사평을 해준 부분이었는데 '여행을 가고 싶도록 만드는 힘'이 있었다.라는 평가 의견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뜻밖의 칭찬을 받으니 약간 어색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나는 왜 어색한 걸까? 잠깐의 축하 세레모니를 끝내고 회사에 가면 나도 타인도 칭찬을 할 겨를이 없다. 무엇보다 타인을 인정하는 데는 꽤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언제 얼마나 칭찬을 하고 살았는지 돌이켜보면 나도 칭찬을 들었던 게 꽤 드문 편이고 내가 타인을 칭찬하는 경우는 더 드문 편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칭찬할 상황이 생겨도 속으로만 생각을 하거나 겉으로 내색하는 것이 영 어색해 밖으로 보여준 적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칭찬에 인색한 환경 속에서 인정받았을 때 그 기분은 오랫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누구나 칭찬이 필요하다


꼭 칭찬이 필요해 그림을 그린 건 아니지만 이렇게 타인이 칭찬을 해주니 붓을 들게 되었다. 격려는 나를 다시 움직이게 만들었고 오랫동안 유지할 원동력을 찾아 주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그림을 그리고 예술 활동을 하는 이유는 나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자존감이 사라질 때마다 나를 찾기 위해서다. 회사에서 나만 쏙 빼고 업무 공유를 하는 이상한 동료를 보거나 얄밉게 말을 하는 사람이 마음속 생채기를 내도 꿋꿋이 버틸 수 있는 건 다른 분야에서 찾은 능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를 계속 찾기 위해, 나 자신을 인정하기 위해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기 위해 우리는 누구나 칭찬이 필요하다. 칭찬이 없는 환경이라면 두 발로 뛰어 칭찬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타인의 칭찬, 나 자신에 대한 칭찬이야말로 오랫동안 의미 있게 삶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한쪽이 슬프면 다른 한쪽이 손을 내미는,


회사가 힘들면 그림을 그린다. 그림이 안 풀리면 회사에서 일을 한다. 이렇게 시소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 하루의 삶을 지탱한다. 물론 둘 다 손에 안 잡힐 때도 있지만 오늘처럼 가끔 그림 분야에서 칭찬을 받는 날엔 이게 회사 업무와도 연결이 돼 기분이 좋은 상태로 업무를 하게 된다. 시소처럼 왔다 갔다 상황을 살펴보며 여기서 받은 상처를 저기서 회복하고 저기서 받은 칭찬 덕분에 여기서 기쁘게 일하기도 한다. 오늘도 뚜벅뚜벅 천천히 그림을 그릴 테다. 12월 연말에 내가 만든 굿즈들로 전시를 할 텐데 회사에서는 누리지 못한 또 다른 흥밋거리로 즐겁게 준비를 해봐야겠다. 무엇보다 나에 대해, 상대방에 대해 연말에는 좀 더 자주 칭찬을 해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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