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H Jul 21. 2021

취향은 사람만큼 다양하다

자신감을 갖고 뚜벅뚜벅 그림을 그리는 이유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모두 다르다는 점은 일을 하면서 매번 느낀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도 무척 달라 어느 사람에겐 의미 있게 와닿을 수도, 어느 사람에겐 쓸모없는 쓰레기가 되는 경우가 있다.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이런 상황을 거의 매일마다 마주한다.


올해부터 신설된 새 조직을 담당하는 기획팀원이 되었다. 갓 신설된 조직이 대부분 그렇듯 선례도 없고 벤치마킹할 대상도 없어 초기에 어떤 식으로 조직을 세팅해 나갈지 방향이 어려웠다. 맨땅에 부딪히듯 1월부터 허둥지둥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지능적으로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기획하였다. 초기 기획한 3명의 사람들은 아무리 돈이 비싸도 요즘처럼 '코로나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사용할 것이라는 희망찬 생각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호기롭게 시작한 서비스는 끝없는 난관에 부딪혔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비용 대비 이익이 무엇인지 고민하였고 임원진은 왜 우리 회사가 이 서비스를 해야 하는 것인지 주저하였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조율하는데서,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매번 깨닫는 점이 있다. 바로 사람들이 10명이라면 10명의 생각이 다르고 100명이라면 100명의 생각이 모두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하나의 방향성으로 수렴할 수 있지만 저마다 갖고 있는 생각의 범위는 조금씩 다르다. 어쩌면 풍부한 예산으로 미래 기술을 기획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3명이 생각한 서비스가 유효할지도 모르겠다. 당장 안 좋은 공기 때문에 폐가 망가지기 시작한 사람에겐 아무리 비싸도 구매할 의사가 있는 서비스일지도 모르겠다. 이 역시 그 사람이 어떤 배경과 상황에 처해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다. 



업무도 이러한데 개인이 느끼는 감각은 오죽할까. 일러스트를 배워나갈 때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상황은 그림에 대해 비판을 받았을 때가 아니었다. 이 선생님에겐 색감을 잘 써서 칭찬을 받았지만 바로 그다음 시간에는 색이 너무 튀어서 다시 바꿔보라고 듣는 경우다. 누군가의 칭찬이 누군가의 독설로 바뀌었을 때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내 그림을 공모전에 출품할 때, 전시를 할 때, 심지어 남편에게 보여줄 때조차 두렵거나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그들의 생각이나 취향에 집중을 하다 보면 내 그림이 미켈란젤로 그림보다 더 훌륭할 때도 있고 1살짜리 아기가 그린 그림만도 못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그림, 인정받는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서도 사람들의 취향과 생각에 너무 집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100명의 사람들이 있으면 100명의 사람들 모두 생각이 조금씩은 다르다는 사실을 점점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도 없을뿐더러 생각은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어 사람들의 취향에 휘둘리지 않으려 스스로 애쓰고 있다. 


어쩌면 이런 생각이 내가 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에 누군가는 헤밍웨이 뺨치게 글을 쓰고 누군가는 피카소를 능가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문장력도 탁월하고 테크닉도 훌륭한 사람들은 앞으로 숱하게 많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과 취향은 그 사람들의 숫자만큼 다르니 잘 쓰고 그리는 사람만이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설령 보기엔 조악하고 거친 그림이라 할지라도 단 한 사람에게 선명한 감동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작업이 아닐까. 사람들의 생각과 취향은 모두 다르므로 오늘도 꿋꿋이 그림을 그려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림이 나를 아프게 할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