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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 Sep 01. 2022

위로의 기술

무조건적인 따스한 위로는 없다. 특히 상처가 큰 사람에게 위로의 인사를 건넬 땐 무척 조심할 필요가 있다. 진심이 담겨있지 않은 어쭙잖은 위로를 건넬 바에야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감정까지 탁해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이런 위로를 전해주는 사람이 있다.


"그 병은 착한 병 이래."

"더 심한 사람들도 많아."


더 나쁜 상황의 사람들도 많다는 소리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지만 또 누군가에겐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난 친구의 아픔으로 꽤 여러 번 휴가를 냈었다. 이제 회복 단계에 접어들 무렵 휴가에서 복귀를 하였다. 굳이 내 이야기를 회사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해 이런저런 상황을 함구하고 있었다. 마침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휴가 잘 다녀왔어? 이번에 어디 다녀왔어?"

"아,,, 이번에는 어디 못 갔어요."


내가 곤란해하자 사정을 잘 아시는 팀장님께서 이번에 휴가로 여행한 것이 아니라 친구랑 병원에 있었다는 이야기를 대신해주었다. 사람들은 약간 놀라워하는 기색을 보였고, 본인들의 경험담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야기는 공감이 되었고, 어떤 위로는 불쾌하기도 했다. 


우린 살면서 수학 문제 하나 푸는 건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왜 공감에 대한 기술은 어디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일까?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똑같고,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일 테지만 공감의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아 오해하는 경우들이 참 많다. 아마 나도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실수를 많이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경험을 해보니 섣부른 위로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위로를 하기 전에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1. 긍정적 에너지를 충분히 줘야 한다 

내가 가장 당황했던 순간은 이미 치료를 다 받고 온 사람에게 이런 말을 건넨 사람이었다.

"나는 우리 어머니가 항암치료를 받으셨는데 더 안 좋아져서 항암을 안 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아요."

내 친구가 치료 전이었으면 한 사람의 의견으로 들을 수 있지만 이미 치료를 다 받고 온 사람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는 것이 의아할 뿐이었다. 속으론 이런 말을 전하는 사람의 공감능력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위로를 할 땐 가급적 좋아지는 상황을 전해줘야 한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충분히 줘야 한다. 안 그래도 걱정이 많은 이들에게 괜히 쓸데없는 소리로 마음 상하게 할 필요는 없다. 


2.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고, 이겨냈다는 이야기를 전달해야 한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생로병사는 모두 겪는 일이라는 것을 전달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를 갖고 '너'만 문제가 있어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니라고 전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은 힘을 얻을 수 있다. 1번의 긍정적 에너지와 연결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겪었지만 모두들 이겨냈다는 이야기를 전할 필요가 있다. 


3. 많은 말보단 짧고 굵은 제스처가 중요하다. 

진심이 담겨있지 않은 어쭙잖은 위로를 할 바에야 그냥 조용히 입을 다무는 게 더 낫다. 그 어떤 위로를 해도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타인이 내가 아닌 이상 무조건적으로 공감하긴 어렵다. 그런 한계를 이해한다면 차라리 굵은 제스처가 더 필요하다. 손을 꼭 잡아준다던가, 어깨를 감싸주거나, 이런 제스처가 어찌 보면 더 깊은 공감을 주고받을 수 있다. 


4. 최악과 비교하거나 소문을 전달하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더 안 좋은 사람도 있데. 뭐 이런 병은 착한 거야." 

가장 많이 사람들이 실수하는 말이다. 더 안 좋은 사람과 현재 상황을 비교하는 것이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현 상황은 현 상황일 뿐이다. 이런 병은 착하다고 표현하는 것도 큰 실례이다. 아마 본인이 직접 겪으면 절대 그런 말을 못 할 것이다. 상대방에게 위로는 하고 싶지만 뭐라 할 말이 없어 어디서 들은 내용을 전하는 것만큼 당황스러운 일도 없다. 가급적 최악과 비교하거나 소문을 전달하는 부분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




위로를 하는 것 자체가 훌륭한 것 아닌가?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해주면 감사하게 여겨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위로를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불편하다면 이건 잘못된 위로의 방식이다. 이번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공감, 위로, 사람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괜찮은 위로나 공감을 하고 있는 것일까?라고 되돌아보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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