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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 Nov 10. 2018

사랑을 오래 유지하는 방법

세상에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주제를 쓰기 전에 얼마전에 있었던 일이었다. 남편과 오랜만에 카페를 갔다. 꽤 유명한 카페여서 줄을 서서 사마셔야 하는 가게였는데 남편은 그 광경을 보고 혼자 가서 음료를 사오겠다고 했다. 난 마침 다리도 아프고 긴 줄을 멀뚱멀뚱 서기도 귀찮아 '얼씨구나! 좋다!' 하고 자리에 앉아 쉬기로 했다. 약 10분이 지났을까. 긴 줄을 선 끝에 남편이 사온 것은 내가 그토록. 그토록 싫어하는 ‘크림 동동 음료’인 것이다. 보기만해도 느끼느끼한, 정말 크림이 올려져 있다 못해 하얀 생크림이 줄줄 흘러나오는 그런 음료였다. 

이때 센스있는 사람이라면 밝은 얼굴로 고마워!라고 할텐데 난 그렇게 할 깜냥이 되지 않았다. 순간 일그러진 얼굴로 ‘아, 나 이런거 정말 싫어하는데....’라고 말해버렸다. 무척 시무룩한 얼굴로..... 

그렇게 우리 둘은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다행히 내가 순간 실수한 것을 깨닫고 금방 사과를 하고 커피를 마시긴 하였는데 생각보다 내 삶엔, 그리고 우리의 삶엔 이런 일들이 종종 꽤 많이 벌어지곤 한다. 상대방을 생각해주며 무언가 배려를 하지만 그 배려가 어긋나는 일들...


이번에는 반대의 경우가 있었다. 이번에 빼빼로 데이를 맞이해 어떤 선물을 살까? 고민을 하다 나는 평소 남편이 쿨쿨 잠자는 것을 좋아해 베게를 사주기로 했다. 빼빼로 베게. 그 베게는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비싼 것은 아니지만 나름 귀엽고 폭신폭신해서 인기가 많은 베게였다. 내가 나름 없는 시간 쪼개서 베게를 찾고, 샀는데 남편은 "제발, 제발 이상한 것좀 사지마."라는 대답이었다. 난 그 대답을 듣고 과감히 빼빼로 데이 선물은 없는 것으로 했다. 


포인트는 이것이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당연히 내가 너를 배려할 이유도 없고 너가 나를 배려할 이유도 없다. 우린 각자의 부모님도 아니고 선교사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무 가까워져 그것을 간혹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너는 이래야해. 라는 생각을 갖고 너무나 솔직한 나의 생각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늘 괜찮다고 하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는 당연히 여기는 그 태도에 상처를 받고 어느 순간 마음을 닫아 버리는 경우가 꽤 많다. 


화가 난다고 함부로 대하는 것은 더 최악이다. 이 사람은 당연한 사람이니까 내 마지막 남은 밑바닥까지 다 보여주겠다, 내가 분노하는 모습을 보여줘도 된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불행의 지름길로 향해 뛰어가는 소리와 마찬가지이다. 내 경험 상 가까운 사람에게 함부로 대해봤자 가장 큰 치명타를 입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가까운 사람은 남편도 해당되지만 동생, 엄마, 아빠 모두 해당이다. 엄마에게 함부로 대해서 속 편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 글을 읽고 앉아있을게 아니라 정신과에 진지한 상담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세상에는 당연한게 없는데 당연한듯 모든 것을 대하는 순간 사랑의 유통기한이 짧아질 수 있다.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당연한 배려, 당연한 말 한마디, 당연한 웃음은 다 노력이고 그 사람의 마음이다. 이것을 전혀 고마워 하지 않고 의례 당연하게 생각한다면 사랑의 노랑불이 켜질 수 있다. 조금은 낯설게 조금은 당연하지 않게 일상을 대해보자. 처음엔 사실 쉽지 않은데 가까운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고마워 하는 것 부터가 시작이다. 밥을 해주면 밥 해줘서 고마워. 이게 시작이다. 이 단계를 넘어가면 좀더 구체적으로.. 예를들어 이 시금치는 네가 만들어서 역시 더욱 맛있어. 혹은 오늘 날씨가 너무 추웠는데 너가 데려와서 나는 너무 행복해. 고마워 이런식으로 형용사 명사 동사 온갖 말은 다 붙여서 말을 길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노력. 노력을 하는 순간 사랑의 유통기한은 계속 계속 지연이 된다.


당연한 것은 없다 나를 위해 무언가 배려를 하는 마음도, 시간을 함께 공유하는 것도,
함께 우리가 만나 웃는 것도 다정한 눈빛을 교환하는 것도 당연한 것은 아니다.



사랑은 절대 당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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