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성과 그릇에 대한 나의 생각...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는가?
나는 어젯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덥고 습한 날씨에 잠이 오지 않았고, 천둥은 종일 번쩍이며 내 마음마저 뒤흔들었다. 어쩐지 며칠 전 겪었던 그 일이 떠오르며 인간의 본성이라는 주제를 곱씹게 되었다.
사람은 본래 이기적인 존재일까?
아니면 착하지만 세상과의 타협 속에서 조금씩 어긋나 보이게 되는 걸까?
며칠 전, 나는 어떤 사건을 겪었다. 그리고 그 일을 계기로 오랜 지인과 손절했다.
그날은 일요일이었다. 아이들과 외출하고 돌아와 낮잠에 들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반쯤 감긴 눈으로 휴대폰을 보니 아파트 단체 채팅방을 보라는 지인의 전화였다.
“내가 한 마디 썼더니 열 명이 달려들어 댓글을 달고 싸우자고 해… 좀 도와줘.”
잠결에 채팅방을 열어봤다. 다들 언쟁 중이었고, 상황은 이미 격해져 있었다. 나는 얼른 “언쟁은 삼가고 서로 조심하자”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그런데 그 글에 바로 반박이 달렸다.
“저런 글 보고도 가만히 있으라니 화가 나네요.”
순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싶어 채팅방을 위로 스크롤해 다시 읽었다. 발단은 한 사람이 쓴 글이었다.
“비둘기 밥 주는 사람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매일 아침마다 와서 밥 달라고 하고 창문까지 와요.”
그에 대한 지인의 답글이 이랬다.
“우리가 새들의 고향을 빼앗고 아파트를 지었으니 밥이라도 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 말을 시작으로 채팅방은 폭발했다.
“그렇게 좋으면 집에 데려다 키우세요.”
“비둘기 밥 주는 건 불법이에요.”
“창문에 똥을 싸고 벌레가 들끓어요.”
사람들은 분노했고, 지인은 하나하나 대응하며 비꼬고 조롱했다. 점점 대화는 싸움이 되어버렸고, 채팅방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거세졌다.
다시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어떡하지? 점점 심해져.”
나는 말렸다. “일단 아무 말도 하지 마. 글도 그만 올려.”
그리고 채팅방에 그녀를 대신해 조심스럽게 사과했다. 아는 언니였고, 당황해서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길래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분노는 더 커졌고, 이제는 채팅방 사람들 모두가 지인의 부방장 해지와 공식 사과, 혹은 방 탈퇴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틀, 삼일을 지켜보며 분위기가 가라앉기를 바랐다. 하지만 사람들의 요구는 계속되었고, 결국 다음 날 지인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나는 여기 안 살아. 아무렇지도 않아. 사과도 안 할 거고 나가지도 않을 거야. 나도 비난당했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묘하게 싸늘해졌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거였을까? 사과만 하면 될 일을 왜 이렇게 만들까. 조롱을 먼저 시작한 건 그녀였고, 나는 그저 방을 살리려 중재를 했을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아침마다 또다시 비둘기 밥을 주는 할머니가 나타났고, 주민들의 화는 더 커져갔다. 결국 사람들은 계속 그언니의 부방장 해지와 탈퇴 사과를 요구 했다.
방장에게 부방장을 나와 같이 해지 시켜서 논란을 키우지 말자고 했다.
나와 그언니는 부방장에서 물러났고, 곧 그 언니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이건 동물 학대야. 캡처해서 고소할 거야. 진짜 여기 동네 수준 왜 이래? 재개발된 동네라 그런가?”
나는 더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언니 때문에 우리는 ‘비둘기 맘’이라며 욕을 다 먹고 있어요. 여기 사는 사람 입장도 좀 생각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정말이지, 보따리장수 살려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도와주려다 도리어 화살을 맞았고, 이해해주려다 더 외로워졌다.
그날 이후 나는,
사람이란 존재가 정말 타인의 감정을 느낄 줄 아는 걸까,
본능적으로 자기감정만 생각하며 살아가는 건 아닐까,
우리가 믿는 ‘인간다움’이란 과연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묻게 됐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고, 잘 어울리는 성격이다.
그러나 그런 나도, 감정에만 치우치고 타인의 마음을 보지 않는 사람 앞에선 지치고 외로워진다.
그런 사람에게는, 아무리 좋은 말도, 따뜻한 조언도, 결국 닿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손절했다.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해, 나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그녀는 동물을 사랑한다고 했지만,
나는 ‘사람’을 먼저 지키고 싶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도,
그 따뜻함을 잃지 않고 살고 싶었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생각한다.
인간의 본성은 과연 무엇일까.
정말 선할까. 아니면, 그저 선한 척할 줄 아는 걸까.
나는 아직도, 헷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