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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서 멀어지며 나에게 다가간다

사춘기 딸과의 갈등, 그 안에서 배우는 나

by 미소마을

“엄마 미워! 다 싫어!! 저리 가!”
우리 딸이 내게 하는 말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엄마가 제일 좋다며,
항상 함께 있고 싶고, 엄마가 소중하다고 말하던 딸이었다.
이제는 내 말을 듣지 않고,
조금만 화를 내도 버럭 소리를 지르고
문을 쾅 닫고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작년 말쯤부터 시작된 “혼자 있고 싶어요”, “다 싫어요”라는 말.
처음에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다리가 풀릴 만큼 충격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지
이제는 많이 내려놓게 되고, 놀라지도 않게 되었다.



우리 딸은 원래 어디서나 주목받기 좋아하고 말도 많던,
딱 10대 또래다운 여자아이였다.
공부도 무척 열심히 하던 아이라
황소, 기파랑, 동네에서 숙제가 많기로 소문난 어학원까지 다니며
욕심 있게 최선을 다했다.
그런 딸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사춘기가 오면서
딸은 하루 종일 자고 싶어 했고,
그렇게 애쓰며 다니던 학원들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아이가 숙제를 조금 안 해 와요.”
“선생님, 죄송합니다.”
이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성실하던 딸이 호르몬의 영향으로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는 모습이 너무 싫었다.


어른으로서 세상이 냉정하다는 걸 알기에
내 자식들은 태도를 잘 갖추고 예의 있고
실력과 따뜻한 마음을 갖춘 어른으로 자라기를 꿈꿨는데,
그 꿈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엄마는 네가 성실했으면 좋겠어. 숙제를 다 했다며...”
“엄마, 너무 졸려서 그랬어요...”

일단은 두고 봤다.


그러다 급작스러운 이사로 모든 학원을 정리하게 됐다.

처음 자기 방이 생겨서 좋았는지
한동안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저 좋아서 그러는 줄 알았는데,
밤마다 핸드폰을 몰래 보며
숏츠를 보고, 친구들과 카톡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아이를 믿었기에,
그 순간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모성애의 끝은 배신이라는 선배 언니들의 말이 떠오르던 하루였다.


“아이한테 너무 기대하지 마.
아이들은 고마운 줄도 모르고
혼자 큰 줄 안다니까.”

그날 이후, 나는 나를 찾기로 마음먹었다.
아이 때문에 잃어버렸던 ‘나’라는 사람을.
더는 아이에게 시간과 마음을 쏟기도 싫어졌다.
그동안 방치돼 있던 나라는 사람이
너무도 안쓰럽게 느껴진 하루였다.


학원비나 아이 옷 먹는거는 하나도 안 아까웠고

내가 먹는거 입는거 아까워서 넘겼던 지난 날들

그렇게 살았던 내가 너무 바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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