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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지아나 Nov 30. 2021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I'm truly fine


이상하게도 요즘엔 그냥 쉬운 게 좋아
하긴 그래도 여전히 코린 음악은 좋더라
Hot Pink보다 진한 보라색을 더 좋아해
또 뭐더라 단추 있는 Pajamas, Lipstick
좀 짓궂은 장난들
I like it. I'm twenty five
날 좋아하는 거 알아
I got this. I'm truly fine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날

                           - 아이유 『팔레트』


어느덧 올 한 해도 마지막 한 달만을 남겨두고 있다. 2021년은 그 전과는 달리 나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했다. 코로나19로 예전과 달라진 삶의 방식, 회사에서 겪은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한 가치관의 변화, 이러다 진짜 나이만 먹고 나중에 후회하면 어쩌지 하는 막연한 불안감에 발등의 불이 떨어진 듯 호들갑을 떨었지만...


며칠 전 출근길에 다시 들은 아이유 노래 한 곡에 더 많은 울림을 느꼈다. 10년 차 직장인으로서 이제 나 자신이든, 세상이든 뭘 좀 아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역시 삶은 그리 쉽게 답을 주지 않는다.


  나는 뭘 좋아하지? 어떨 때 편안하지?
  어떤 걸 하고 싶지? 지금 이걸 왜 하고 있지?
  앞으로의 나를 위해 꼭 해야 할 건 무엇이지? 


나는 나를 알고 이해하고 싶었다. 여러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떠돌아다니고 정리되지 않은 일상이 때론 너무 버거웠다. 나와 가장 친한 친구가 되고 싶었다. 삶의 목적과 목표를 세우고 다시금 그것들을 이룰 방법을 하나하나 찾아 나가고 있는 지금, 편안하다. 그리고 용기를 좀 더 내 세상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




20대와 달리 30대의 내가 좀 더 잘 알게 된 것이 있다.


1.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줄 안다.

개인의 노력이 아닌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 이상 바꾸려고 애쓰지 않는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내게 맞는 방법으로 찾아서 한다. 더 나아지기 위해 늘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모든 것을 단숨에 해결하고자 하는 것도 욕심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각자의 때가 있다.


2. 세상은 내가 아는 만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늘 공부하고, 호기심을 갖고 사물을 바라보며 유연한 사고를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가급적 회사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하는데, 막 입사한 신입직원들이나 자주 만나기 힘든 다른 팀 직원들과는 점심때 커피 한잔이라도 좋다. 새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신선한 만남은 보통 좋은 영감을 주고 충만한 기쁨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다.


3.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삶의 태도를 가르쳐주신 부모님 덕분에 물질적인 것에 큰 욕심이 없는 편이다. 그러다 '함께 우상향 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면서 돈의 가치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경제적 여유로 '시간 부자'가 되면, 내가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들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앞으로 경제적 목표를 세우고 달성해야만 하는 이유가 생겼다.


4.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건 '건강'이다.

그다지 건강한 체질은 아니라, 올해 하반기부터는 전면적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개선했다. 채소와 단백질 위주로 식단을 바꾸고 밀가루 섭취를 줄이기 위해 직접 베이킹하고 있다. 운동도 필수다. 내가 조금 불편하면 건강한 삶을 살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나를 아주 잘 알 때까지, 그리고 진심으로 "I'm truly fine."이라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한 걸음씩 더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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