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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지아나 Dec 08. 2021

살면서 처음 해본 일

작지만 소중한 노력

어렸을 때는 한 살씩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레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 반이 바뀌어 새 친구들을 만나고 적응하다 보면 하루가 그렇게 재미있고, 1년이 얼마나 쏜살같이 지나갔다. 대학에 가고 회사에 입사하는 처음 그 순간도 모든 것이 새로웠다. 어른이 되는 게 아쉬우면서도 책임감과 열정에 달뜨던 풋풋한 시절이었다.


서른이 넘어 매일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개인의 삶보다는 사회인의 삶을 살다 보니 공허함이 밀려왔다. 일부러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는 것이 없는 삶. 그래서 올해는 살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하나씩 해보고 있다.




첫째, 심리상담을 받아보았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는 편이다 보니 정작 내 고민을 깊이 털어놓은 적이 거의 없었다. 한 번쯤 전문가에게 심리상담을 받고 싶었다. 마침 올해 회사에서 새롭게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AP, Employee Assistance Program)을 진행하기 시작했고, 2차례 상담받아 보았다. 


상담을 받기 전에는 내심 시간낭비가 아닐까, 비밀보장은 될까, 나를 진심으로 이해해줄까 걱정되었다. 결론적으로 용기 내길 잘했다. 누구한테도 쉽게 말하지 못한 고민을 이야기하고, 경청해주는 상대방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의 태도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어 뜻깊었다.


둘째, 회사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의 끈을 놓치지 않고 이어 나가고 있다. 이십년지기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 

  왜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더 친밀한 사이로 나아가기 어려울까? 나 혼자만 마음 쓰고 애쓴 것 같아 때론 억울해.


내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이 동일할 수는 없겠지만, 오해하지 않고 내 뜻을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인복이 있다'는 말이 그런 뜻 아닐까? '이심전심'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너는 내 이야기를 마음대로 곡해해서 듣지 않을 거라는 그런 최소한의 믿음이 있는 관계. 그런 관계로 둘러싸인 곳에서 일하고 생활한다면 정말 정서적으로 깊은 충만함을 느끼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회사에 다니며 몇몇 그런 사람들을 만났다. 아쉽게도 그 인연은 이직이나 퇴사 등으로 멀어졌는데, 입사 초에 만난 마음 맞는 동료들과는 거의 10년 동안 친밀하게 지내고 있다. 지금은 각자 자기 자리에서 일하느라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잘 지내고 있을 그들을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따뜻해진다. 


올해는 퇴사한 후배들에게 용기를 내 연락하고, 만나자고 손을 내밀었다. 좋은 인연이라면, 자주 보지 않아도 서로를 향한 마음을 알아볼 테니. 먼저 안부를 묻고 가끔 만나 밥 한 끼 하면서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회사 때문에 힘들고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 때문에 지치더라도, 따지고 보면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게 해 준 곳이기도 하니 오늘 하루도 견딜 수 있다.


셋째, 건강을 위해 베이킹을 시작했다. 나는 딱히 요리에 취미가 없다. 그러다 최근 들어 건강한 몸과 마음이 인생의 전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신선한 제철 재료로 요리하고 그런 음식을 먹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쌀밥을 잡곡밥으로, 반찬을 나물이나 야채 위주의 건강식으로 바꾸는 건 그래도 원래 먹던 밥상에서 조금씩 더 신경 쓰면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간식만큼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부드러운 빵과 달콤한 초콜릿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베이킹을 시작했다. 밀가루, 설탕, 버터가 들어가지 않은 건강한 빵을 만들었다. 오븐의 따뜻한 온도와 고소한 빵 냄새는 또 얼마나 황홀한지. 모처럼 좋은 취미가 하나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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