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이 녀석아!”
노인은 크고 다정한 목소리로 고기를 불렀다.
그러고 나서 속으로 생각했다.
‘아마 저 녀석도 나랑 같은 생각이겠지.’
‘이 녀석을 잡아가면 도대체 몇 사람이나 먹을 수 있을까?
사람들이 이 고기를 먹을 만한 자격이 있긴 한 걸까?
아니야, 절대 아니야.
저 고기의 당당한 거동이나 위엄 있는 태도를 보면
‘너는 다만 먹고살기 위해, 고기를 팔아서 먹을 것을 얻기 위해서만 이 고기를 죽인 건 아니야.
진정 고기를 사랑한다면 죽이는 것은 죄가 아니야. 아니, 어쩌면 죄보다 더한 것은 아닐까?’
“여보게, 자넨 너무 생각이 많군그래.”
노인은 소리 내어 말했다.
‘너는 지난날 분명 온전한 고기였는데 지금은 반 토막짜리 고기로구나.
너무 멀리 나온 내 잘못이야. 내가 우리 둘을 모두 망쳐 버렸구나.
고기야, 너는 그동안 얼마나 많이 죽였니?
네 머리의 뾰족한 주둥이를 공연히 달고 다닌 건 아니었겠지?’
이 고기가 살아서 자유롭게 바닷속을 헤엄치며 상어 떼들과 싸우는 것을 상상해 보니 즐거워졌다.
노인과 바다-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의 열정. 그것은 젊은이의 뜨거운 열정과 다르게 처절하고 웅장했다. 말을 듣지 않는 육체, 외로움을 작은 배 한 척에 싣고 그는 낮과 밤동안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한다. 자신의 무력함에 한탄하면서도 인간으로서, 어부로서 자신의 긍지와 자부심을 잃지 않는다. 그런 끈기와 인내로 승리한다. 그리고 또다시 찾아온 시련 앞에 패배할게 뻔하지만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이 노인의 열정이다.
근육이 불끈불끈한 젊은이가 시련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와 다르다. 그래서 결국은 승리하는 이야기라면 이런 감동을 줄 수 없을 것이다. 지쳐 마지막엔 피를 토하면서도 끝까지 싸운 그는 침을 한번 퉤 뱉으며 초라하게 퇴장한다. 긍지와 자존심을 어깨에 이고.
뭔가 끈적하고, 질척한 노인의 열정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