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재심'
"나 안 죽였어..."
"??"
"그래요, 안타깝습니다~"
"법이라는 것이 뭐여, 진짜로 사람 보호하려고 만든 거야?"
영화 '재심'
진실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왜곡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불리한 진실을 덮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진실이 불편하다.
다섯 방향으로 뻗은 거리에서 아무도 진실이 가리키는 방향을 찾지 않았다.
그 길에 미끄러진 소년은 아무 곳으로도 향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10여 년을 서 있었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사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영화를 접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살인범이 된 소년이 16년 만에 그 누명을 벗은 사건, 유명한 재심 전문 변호사에 의해 세상에 알려진 사건이라는 것 정도만 알았다. 그 과정을 재구성한 영화를 보는 내내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목격자가 용의자로 바뀌는 과정의 투박함에 어이없었고, 짓밟히는 소년의 모습을 보며 분노했다. 그리고 살인범으로 만들어진 소년, 아니 청년이 그 누명을 벗기까지의 과정이 절절함에 안타까웠다. 진실에 관심 없는 법정 앞에서 너무 쉽게 새겨진 주홍글씨, 그 글씨를 지워내는 과정은 그의 팔에서 벗겨낸 문신 자국처럼 처절했다.
2016년 말 무죄로 판결난 사건, 고작 몇 달 만에 조작된 사건을 되돌리는데 16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
개인의 작은 목소리가 묻혀버리는 사회를 감히 민주주의 사회라 할 수 있을까.
이 사건뿐 아니라 재심을 청구해 최근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들이 여럿 있다. '부림사건', '간첩 조작 사건', '삼례 나라슈퍼 사건' 등, 모두 공권력의 이익을 위해 조작된 사건들이다. 권력의 무게에 짓눌려 버린 시간을 되돌려 받을 수는 없지만 잔뜩 웅크렸던 어깨를 펴기 위해, 적어도 평범하게 살기 위해 그들은 재심을 청구한다. 예전보다 조금 나은 세상이라 믿으며..
그 외침에 뒤늦게 반응한 세상이 야속할 텐데. 아직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현재 진행형' 휴먼 드라마라는 영화의 장르 설정에 뒤늦게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