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사랑
우리는 모두 다른 모습이지만, 사랑에 빠질 때는 같은 모습이다.
영화 '나의 사랑, 그리스'
영화는 세 가지 조각으로 나누어져 이야기를 풀어간다. 각 조각마다 현재 그리스의 정치, 경제, 사회 문제를 배경 삼아 세대별로 그리스 인과 이방인 간의 사랑이야기를 그려낸다. 그 속에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이들이 사랑에 빠졌을 때 보여주는 눈빛은 똑같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마침내 한가족의 식탁 위에서 이 영화의 조각들이 다 맞춰졌을 때, 행복과 갈등 사이에 사랑이 놓여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첫 번째 장 [부메랑]에서는 시리아에서 온 불법 이민자 '파리스'와 그리스 정치학도 '다프네'의 상큼한 사랑이야기가 그려진다. 그리스의 난민 문제, 조국을 떠나 힘겹게 평화를 찾아온 그들이 다시금 분쟁을 경험하게 되는 살풍경 속에서 사랑에 빠진 파리스의 눈빛은 더욱 아름답고 애잔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민자 수용을 극단적으로 반대하는 다프네의 아버지 '안토니스'가 반쯤 잠긴 배 앞에서 부메랑을 던져버리는 장면을 보면서, 결국 그가 행사한 폭력과 갈등이 그대로 그에게로 되돌아올 것임을 사랑 없는 그의 쓸쓸한 뒷모습에서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아내와의 결혼생활에 지친 그리스 남자 '지오르고'와 스웨덴에서 파견된 구조조정 전문가 '엘리제'의 쌉싸름한 사랑이야기이다. 따뜻한 햇살과 음악소리가 가득한 생기 넘치는 아테네의 거리 풍경과 대조되게, 칸칸이 나눠진 회사의 창백한 풍경엔 경제 위기를 겪는 그리스의 불안한 현재의 모습이 들어있다. 지오르고는 우울증 약 [로세프트 50mg]로 그 불안을 극복해 보려 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 불안의 원인인(자신을 정리 해고시킬 수도 있는) 엘리제를 사랑하게 되면서부터 그것을 받아들이고 삶의 변화를 꿈꾼다.
세 번째 장은 너무 늦은 게 아닐까, 두렵고 조심스러운, 노년의 따뜻한 사랑이야기를 한다. 통통 튀는 매력을 지닌 그리스의 전업주부 '마리아'는 지나온 자신의 인생에 회의를 느끼고, 헛헛한 마음을 달래보려 매주 마트에 들러 사람 구경을 한다. 어느 날 그곳에서 차갑고 무뚝뚝할 거라는 고정관념을 무참히 깨버리는, 달콤한 65세 독일인 '세바스찬'과 만나게 된다. 그들은 매주 마트 데이트를 하면서 서로 다른 언어로 소통하고, 같은 감정을 공유한다. 그리고 마트 밖에서 맞이할 아직 늦지 않은 [세컨드 찬스]를 기대한다.
모든 일은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제목과 포스터만을 보고 가벼운 영화일 꺼라 기대했다.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은 로맨스, 하지만 절대 무겁지 않은 드라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