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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Apr 14. 2017

식물은 알고 있다

식물의 감각 세계


"

식물은 당신을 본다. 


당신이 식물 가까이 가면 식물은 당신을 본다. 

당신이 자신을 가리고 섰다는 것을 안다. 

심지어 당신이 파란 셔츠를 입었는지 빨간 셔츠를 입었는지까지 안다.


식물도 냄새를 맡는다. 


식물은 자신의 열매가 여물었을 때, 

정원사의 가위에 이웃들이 잘려 나갔을 때, 

굶주린 벌레들에게 이웃이 먹히고 있을 때 그 냄새를 맡는다. 


식물은 직접적인 접촉을 느낀다.


식물은 누군가가 자신을 만지고 있다는 것을 알 뿐 아니라,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을 구분하고, 바람에 자신의 가지가 흔들리는 것도 안다.


내 질문은 '식물은 인식하는가?'이고,

그 답은 '실제로 식물은 인식한다'이다.


식물은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사람은 그 환경의 일부이다.



식물은 알고있다(홍자, 투키, 홍)_잡.다.한 책읽기



'식물은 알고 있다'_대니얼 샤모비츠

식물은 보고, 냄새 맡고, 기억할 수 있다. 눈과 코와 뇌가 없지만 그들은 주변을 인식하고 반응한다.

빛의 파동을 감지해서 색을 알아채고, 예민한 후각으로 먹잇감을 찾고 위험을 감지한다. 그리고 자신을 쓰다듬는 손길의 온도와 가지를 스치는 살랑바람도 느낀다. 중력에 따라 자신의 위치를 알고, 위아래를 구분해 균형 있게 뻗어나간다. 심지어 과거의 경험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적절하게 조절한다. 우리와 다른 방식이지만 그것들은 느낀다. 하지만, 의외로 그들에게 청각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식물이 음악을 들을 수 있는지, 소리의 파동을 인지할 수 있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선 이렇게 식물들이 눈과 코와 뇌가 없이 보고, 냄새 맡고, 기억하고, 느끼는 방식을 인간의 것과 비교해, 조곤조곤 과학적으로 따져가며 흥미롭게 이야기한다. 


 무엇을 사랑하려면 먼저 그것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알고, 이해하고, 고민해야 정말 그들을 위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예를 들어, 민감한 촉각을 가진 식물을 사랑이 듬뿍 담긴 손길로 쓰다듬는 다면, 그 행동은 오히려 독이 되어 그것을 시들시들 죽어 가게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린 그 어긋난 반응에 의아해하며 슬퍼하겠지. 사람 간의 관계도 그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호의로 전한 가벼운 행동이 상대방에게는 무거운 둔기로 내리친 아픔이 될지도 모른다. 먼저 상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가 왜 나와 다른지 이해하고 고민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정말로 서로를 위하는 방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무엇을 보는지, 어떤 냄새를 맡고 있는지, 어떻게 느끼는지. 방식이 달라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식물을 대하는 것보다, 눈과 귀와 입을 통해 같은 방식으로 서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을 대할 때가 더 어렵고 조심스러운 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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