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행 49

봄날, 북경

연일 한파에 눈까지, 겨울 느낌 제대로 나는 즈음이다.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라지만 이렇게 추운 날씨에는 또 따뜻한 봄이 그리운 법이다.


필자는 상하이에서 박사 유학을 했다. 때문에 상하이를 비롯하여 강소성, 절강성 등 물 많고 따뜻한 강남 지역이 가장 익숙하다. 하지만 강남지방에 앞서 먼저 가본 곳은 역시 수도 북경과 천진, 그리고 한국에서 가까운 산동성 일대다. 1992년 중국과 정식 수교를 맺은 직후인 1996년에 산동성 제남에서 6개월 어학연수를 했다. 그때부터 북경을 다니기 시작했고 중국의 수도인 만큼 북경 갈 일이 이래저래 많았다. 그래서 장기간 유학했던 상하이 만큼은 아니지만 나에게도 북경은 제법 친숙하고 익숙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앞서 겨울에 북경 이곳저곳을 다닌 이야기를 좀 했는데, 이번에는 봄날의 북경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사실 사계절 어느 때 가도 좋은 것이고 딱히 봄날이라고 뭔가 특별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아있는 어떤 이미지 같은 것들이 있어 그걸 좀 이야기해볼까 한다.


벚꽃 만발한 봄날, 이화원을 거닐어 본 적이 있다. 벚꽃의 화려함은 언제 어디서 봐도 아름답고 낭만적인데, 북경 이화원의 벚꽃도 참 멋지다. 쿤밍호수의 둘레를 따라 늘어선 능수버들과 벚꽃 아래를 거닐면 잠시 복잡한 현실을 벗어나 아득한 옛날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특히나 서제, 즉 서쪽 둑길을 걸으면 그 분위기가 제대로 느껴진다. 이 넓은 호수를 파고 인공산을 만든 서태후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리고 봄날의 캠퍼스, 북경대, 청화대를 둘러본 기억도 난다. 젊음의 활기가 가득한데다가 봄의 생기가 더해지니 뭐랄까 낭만과 활기가 배가된다고 할까. 북경대도 청화대도 자연과 잘 조화된 멋진 캠퍼스를 가지고 있고 조경이 잘 되어 있어 언제가도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또 하나 기억에 짙게 남아있는 건 봄날 북경 전역에 날리는 꽃가루다. 좀 성가시긴 하지만 내 기억속에서는 그 또한 봄날 북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징? 중 하나인 것 같다. 현재 북경의 코로나 상황이 심각한 것 같은데 빨리 좀 잡혔으면 좋겠고, 두루두루 좋아져 예전처럼 자유롭게 북경을 오갈 수 있는 날이 와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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