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행 50

성곽의 도시, 북경

내가 사는 수원은 정조 때 축성된 화성이 있는 성곽의 도시다. 나이가 들수록 이 화성이 더 좋아져 틈날 때마다 성곽길을 산책 삼아 걷는다. 전체 길이도 그리 길지 않고 야트막한 산을 중심으로 둘러쌓여 있기에 누구나 부담없이 걸을수 있다.


중국의 수도 북경은 거대한 성곽의 도시다. 황제가 머문 궁인 자금성의 규모는 어마어마하고 그 자금성을 에워싼 거대한 성곽이 존재했다. 지금은 대부분 성벽이 허물어지고 그 자리엔 현대적 건물들이 들어차있지만 몇몇 성문은 아직 남아있다. 화려한 현대 건축물들이 즐비한 사이에 외롭게 서 있는 몇 개의 성문은 반대로 거대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옛 북경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북경 지하철 2호선은 자금성을 둘러싼 옛 성문을 따라가며 조성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와 같은 순환선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흥미로운 것이 지하철의 역명이다. 과거에 존재했던 9개의 성문을 역명으로 삼고 있다. 각각의 성문은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했는데, 예컨대 식량이 들어가는 문, 병사들이 출입하던 문, 죄수를 호송하던 문, 황제가 전용으로 사용하는 문 등등의 역할을 담당했다.

그중에서 덕승문(德勝門)은 예전 모습을 간직한 채 도시 한복판에 우뚝 살아있다. 현대와 과거가 대비를 이루면서 규모도 꽤 커서 존재감이 더욱 크다. 덕승문은 과거 병사들이 출정할 때 사용되던 문이었는데, 중국어로 德은 得과 발음이 같아서 그 이름에는 승리를 얻는다, 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었다. 덕승문 역시 철거되었다가 80년대에 다시 제대로 복원된 성문이다. 물론 그나마 성루를 중심으로 약간만이 겨우 복원된 것이고 과거에는 훨씬 더 크고 웅장했던 성문이다.


덕승문 근처에 볼만한 곳으로 서해, 즉 시하이를 꼽을 수 있는데, 고대 북경내의 물길, 즉 운하를 강화하기 위해 만든 호수이며 지금은 습지공원으로 재개발되어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시하이는 또한 항주에서 북경까지 연결된 경항대운하의 최종 종점이기도 해서 고대에는 수많은 배들로 북적이던 곳이기도 했다. 멋진 풍광을 바라보며 화려했던 과거를 가늠해보기도 했는데, 그저 아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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