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옹화궁
몇 년 전 겨울방학에 북경에 한 일주일 머문 적이 있다. 돌아다니기 편하게 지하철역 근처에 숙소를 잡았는데, 마침 옹화궁 근처였다. 옹화궁은 여러 번 가본 적이 있어 굳이 또 들어가 볼 생각을 안했다. 그러던 어느 날 미뤄둔 숙제를 하는 것처럼 숙소 근처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옹화궁에 들어갔다.
옹화궁은 북경에서 가장 큰 티벳불교 사찰로 북경 시내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만큼 항상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여 향을 피우니 365일 내내 향냄새가 가득하다. 옹화궁은 본래 강희제가 지어 아들에게 선물한 저택에서 시작되었다. 그 아들이 옹정제여서 이름도 옹화궁으로 부르게 되었다. 옹정제는 후에 황제로 즉위하여 자금성으로 옮겨갔고 옹화궁은 행궁으로 사용하였다. 옹정제의 아들인 건륭제는 이곳에서 태어났다. 후에 건륭제는 몽골과 티벳을 회유하기 위해 이곳 옹화궁을 티벳 불교사원으로 전환하였고 승려들을 초청해 이곳에 거주하게 하였다. 옹화궁 입구의 패루를 보면 한자와 만주어, 그리고 티벳어와 몽골어까지 4개의 언어가 기록되어 있다.
입구를 지나 들어가면 대전, 영우전, 법륜전 등이 이어져 있고 여러개의 불상이 있다. 사람들은 향을 피우며 저마다의 소원을 빈다. 옹화궁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거대한 규모의 만복각인데, 그 안에 무려 18미터 높이의 미륵상이 있다. 이 미륵상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롭다. 1750년 건륭제가 병사를 보내 반란을 진압하는데 도움을 준 것에 보답하기 위해 7대 달라이라마가 네팔에서 들여온 단향목을 선물했다고 한다. 그 단향목을 사용하여 미륵불을 조각한 것이다. 그 나무를 티벳에서 베이징까지 운반하는데 무려 3년이 걸렸다고 하니 아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