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행 54

상하이 겨울장마

올 겨울은 눈이 꽤 내리는 겨울이다. 12월에 이어 1월에도 눈구경을 계속 할수 있어 겨울 기분이 제대로 난다. 언젠가부터 겨울에 예전만큼 눈이 내리지 않아 아쉬웠는데 올 겨울은 섭섭지 않게 눈이 온다. 눈이 오면 미끄럽기도 하고 교통도 좀 불편할 수 있으나 그래도 겨울엔 좀 와줘야 좋다. 눈이 많이 와야 그해 농사가 또 풍년든다고도 하지 않던가.


내가 유학한 상하이엔 거의 눈이 오지 않는다. 한국보다 한창 남쪽이니 겨울에도 영하로 거의 내려가지 않는다. 대신, 겨울에 마치 장마처럼 비가 자주 내린다. 그것도 일주일, 이주일씩 주구장창 내릴 때가 많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상하이의 겨울 공기, 우산을 쓰던, 우비를 입던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얼굴을 때리던 세찬 겨울비, 상하이에서 세 번의 겨울을 난 나에게 차가운 겨울비에 대한 인상은 무척 깊게 남아있다.


안그래도 외롭고 적적한 유학생활, 1, 2주간 햇빛이 나지 않고 계속 비가 내린다면 생활은 흐트러지기 쉽고 기분도 울적해지기 쉽다. 아무리 짱짱한 청춘이라도 의욕을 잃고 축축 처지기 쉬운 것이다. 자, 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억지로라도 운동을 해야 한다. 친구들도 자주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먹는 것도 잘 챙겨먹어야 한다.


먼저 운동, 친한 동료들과 수영장에 자주 갔다. 사우나도 겸하고 있어 겨울엔 특히나 안성맞춤이다. 수영장에 가기 전이나 끝나고 나와서는 단골 훠궈집, 꼬치구이 집, 혹은 국수집에서 뜨끈한 음식을 자주 먹었다. 수영 다음에 기억나는건 탁구, 학교 실내 체육관에 가서 탁구도 많이 쳤다. 탁구의 나라 답게 탁구를 즐기는 중국 학생들이 참 많고 잘 치는 친구들도 많았다. 그리고 사철 어느 때고 갔지만 특히 겨울철에 까르프, 이마트, 알티 마트 같은 대형 마트에도 자주 갔던 것 같다. 딱히 뭘 사지 않아도 그냥 기분 전환 삼아서도 종종 갔던 것 같다. 지금이야 상하이 구석구석 지하철이 잘 되어있지만 20년전만 해도 상하이 지하철은 달랑 2호선과 경전철 하나 정도였다. 따바이수, 츠펑루 근처에 그런 마트들이 여러 곳 있었다. 특히 우리 브랜드인 이마트에 자주 갔던 기억이 난다. 주위엔 군밤, 꼬치구이, 마라탕 등 이런저런 먹거리들을 파는 데가 많았고, 거리를 서성거리는 환전상들도 많았던 것 같다. 거기서 달러를 인민페로 바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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