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생들의 부탁으로 추천서를 써주는 일이 많아졌다.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위해, 혹은 이런저런 장학금 신청을 위해 추천서가 필요한 것이다. 예전 내가 필요해서 여러 스승들께 추천서를 부탁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내가 추천서를 쓰고 있으니 여러 가지로 감회가 새롭다. 아들이었던 내가 아버지가 되고, 학생이었던 내가 선생이 된 것처럼, 추천서를 받는 입장에서 써주는 입장이 된 건 자연스러운 변화요 섭리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기분이 묘하다.
추천서, 최대한 학생의 장점이 드러나도록, 또 그쪽에서 요구하는 방향에 맞도록 애를 쓴다. 경우에 따라서는 영어로도 써야하고, 중국어로도 써야 한다. 그럴 때면 사전을 뒤적이며 제대로 맞게 썼는지 몇 번이고 확인을 한다. 사실 추천서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을 것이고, 어쩌면 하나의 의례적인 형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예전에 내가 그랬듯이 학생의 입장에서는 추천서에도 많은 기대를 할 것임을 알기에 나름의 정성을 기울인다. 써 놓은 추천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부디 좋은 힘을 발휘해라” 라고 한 마디 해본다.
예전 나의 선생님께서는 내 추천서를 써주시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내가 당신의 제자라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셨을까. 잘 돼서 앞으로 크게 발전해나가길 기대하셨을까. 아마도 그러셨을 것이다. 선생이 되고 보니, 직업에 있어서 가장 큰 보람은 제자가 쑥쑥 발전해가는 모습을 볼 때인 것 같다. 아,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좀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과연 나는 예전 선생님들의 기대에 부응할 만큼 성장했던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한편으로는 부끄럽고 마음이 조금 무거워진다. 물론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고 나름대로 또 열심히 해나갈 생각이니, 너무 심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아주 절감하게 되는 옛 문구가 있는데 바로 이것이다.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
또한 나는 내 스스로를 돌아본다. 지금의 제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스승의 몫을 하고 있는지, 과연 추천서를 쓸 자격이 있는지 말이다. 이렇듯 추천서를 쓰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되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