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향해 쏴라
영화음악 듣기를 즐긴다. 음악과 함께 그 영화의 여러 장면이 떠오른다. 어떤 영화들은 줄거리가 전혀 기억이 안나고 음악만으로 기억되는 경우도 있다.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도 본지 너무 오래되어 줄거리는 가물가물하지만, 음악만큼은 압권이다. 빗방울이 내 머리위로 떨어지네, 첫 소절이 나오자 마자 기분은 경쾌해지고 마음이 멜랑콜리해진다. 그리고 두 연인이 자전거를 타고 즐거워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제목도 너무 멋지다. 원제는 <비치 캐새디 앤 선댄스 키드>인데, 우리 한국어 제목을 너무 멋있게 잘 뽑은 것 같다. <내일을 향해 쏴라>, 영화의 내용과도 잘 맞고 매력적인 두 주인공의 캐릭터와도 잘 어울리는 멋진 작명이다. 이 영화는 서부영화이기도 하고, 버디무비이기도 한데, 뭐로 봐도 참 잘 만든 명작이다. 크 할리우드의 멋쟁이 폴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의 매력이 눈부시게 반짝이는 영화이기도 하다.
다른건 차치하고 <내일을 향해 쏴라>가 인상적인 것은, 설령 그들이 은행을 터는 범죄자였을지라도 그들이 보여주는 낭만적이면서도 거칠 것 없는 용기라고 할까. 뒤틀린 시대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반항하고 아무것에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를 추구하면서 오늘을 살아내는 인물, 그리하여 그들은 서부의 반항아, 혹은 서부의 마지막 낭만주의자, 정도로 불리우는 것 같다.
겹겹이 포위된 마지막 씬, 그들은 이제 달아날 곳 없는, 독 안에 든 쥐 신세가 된다. 이른바 중과부적의 상황, 두 주인공들은 쌍권총을 쥐고 문을 박차고 뛰어나온다. 그리고 그대로 프레임 고정되면 엔딩이다. 크, 참으로 인상적인 엔딩씬이었다.
두 전설적 배우들의 넘치는 매력, 감성을 터뜨리는 뮤직, 멋진 제목, 그렇게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는 멋진 영화로 남아 관객들의 가슴을 흔든다. 감독 조지 로이 힐은 몇년 뒤 다시 이 두배우들을 기용해 또 한편의 멋진 버디무비를 만든다. 나는 이 둘의 조합이 너무너무 좋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