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느끼다-<그린 파파야 향기>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우리는 베트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대부분 그저 몇몇 단편적인 사실만을 알거나, 혹은
베트남전을 다룬 여러 영화들을 통해 그저 어렴풋이 이해하는 정도일 것이다.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20대 시절에는
<황색인>, <무기의 그늘>, <머나먼 쏭바강>, <하얀전쟁> 같은
베트남전 관련 소설들을 찾아 열심히 읽어봤으나
그렇다고 베트남에 대해 많이 알게됐다고 할수도 없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베트남전에 대한 이야기들도 점점 잊혀져 가고
최근 우리에게 베트남은
중국에 이어 빠르게 성장, 발전하고 있는,
중국 다음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투자, 교역국으로서의 의미가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또는
하노이, 호치민, 하롱베이은 물론
다낭, 같은 곳이 매력적인 휴양지로 주목받는 것 같다.
황석영의 소설 <무기의 그늘>에서 묘사된 다낭은
피로 얼룩진, 치열한 격전지인데,
30여년 후의 외국인들에겐
파라다이스 같은, 멋진 휴양지로 이름을 얻고 있는 셈이다.
<플래툰>, <지옥의 묵시록>, <디어 헌터>, <풀메탈 자켓>, <굿모닝 베트남> 등등
할리우드에서 만든 여러 전쟁영화들은
어쩔수 없이 미국인의 시각으로 보는 베트남이다.
앞선 소설들을 포함하여
<하얀 전쟁>, <알포인트> 등등의 한국영화도
같은 아시아인이기는 하지만
그 역시 외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영화들이다.
베트남인 자신들이 바라본
그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세상을 담은 영화들로는 어떤 것이 있나.
아마도
<그린 파파야 향기>를 첫손에 꼽을수 있을 것 같다.
베트남 영화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는 그 영화가 처음 아니었을까.
고요하고, 정갈하며 섬세한 영화,
나는 <그린 파파야 향기>를 이렇게 기억한다.
오, 베트남이 이렇게 멋진 곳이었나 싶게
아름다운 영상이 인상적이고,
어떤 자극적이거나 특별한 에피소드 없이
그저 조용하고 단아하게 이야기가 흘러가는 데도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울림과 감동이 있다.
알싸한 어떤 느낌이
마치 그린 파파야 향기, 라는 제목처럼
오랫동안 맴도는 영화다.
리안의 <음식남녀>가 그렇듯
<그린 파파야 향기>도 요리하는 장면이 많은데,
베트남의 여러 음식들이 맛갈스럽게 보여져
한번 먹어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하다.
감독 트란안홍은
이 영화 <그린 파파야 향기>에 이어 또 한편의 수작
<씨클로>라는 영화로
베트남 영화의 조용히 강한 힘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