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시 한수]

진계유 <연후>

然後(지나고 나서야) 진계유


靜坐然後知平日之氣浮

앉아서 고요함을 느낀 연후에야 알 수 있었다. 평상시 나의 마음이 들떠있었음을

守默然後知平日之言燥

침묵을 지키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평상시 나의 목소리가 소란했음을

省事然後知平日之費閒

지난일들을 돌아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평상시 보낸 시간들을 낭비했음을

閉戶然後知平日之交濫

열었던 문을 걸어 잠그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사귐에 외람된바를

寡慾然後知平日之病多

욕심을 덜어낸 연후에야 알 수 있었다. 얼마나 내가 병적이었는지를

近情然後知平日之念刻

연민을 느끼고서야 알았다. 내가 얼마나 각박했는가?



명대의 문인 진계유의 시 <然後>를 좋아한다. 누구나 공감 할만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뭐랄까 잔잔하게 가슴을 울린다고 할까. 진계유는 시와 산문은 물론 서예와 그림으로도 이름이 높았다. 그의 친구 중에도 그런 다재다능을 소유한 사람들이 많았다. 중국 명나라 쯤이면 도시마다 물자가 풍부했을 것이고 먹이며 물감이며 좋은 것들이 많았을 것이다. 좋은 종이 위에 멋진 글자를 치고, 또 빼어난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를 상상해본다.


우리는 항상 뒤늦게 깨닫는다. 그것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얼마나 좋았는지를, 사랑이 끝나고 나서야 그것이 사랑이었는지를. 대만의 유명 가수 겸 배우인 유약영의 히트곡 중에 <後來>라는 노래가 있는데, 이 시와 매우 흡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역시나 무척이나 좋아하는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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