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시 한수]

구양수 <풍락정유춘>

豐樂亭遊春(풍락정에서 봄을 노닐며) 구양수

紅 樹 靑 山 日 欲 斜

長 郊 草 色 綠 無 涯

游 人 不 管 春 將 老

來 往 亭 前 踏 落 花


붉은 꽃핀 나무 울창한 청산에 해는 지려하는데

넓은 들녘은 아득히 초록으로 물들었네

상춘객은 봄이 가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정자 앞을 오가며 지는 꽃잎을 밟는구나


송대의 문장을 논하면서 구양수를 빼놓을순 없다. 소식과 함께 송대 문단의 거목이었고, 뛰어난 정치가이기도 했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작품으로 형상화시켰고, 새로운 문체를 주장한 문학 혁신의 선구자로도 평가받았다. <풍락정유춘>, 간결한 작품이지만 여운이 만만치 않다. 무심한 상춘객들이 봄이 가는 것은 아랑곳 하지 않고 즐기는 것에만 몰두하는 것을 덤덤히 바라보고 있다. 세상살이의 덧없음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중앙에서 밀려나 지방으로 내려간 자신의 처지를 투영한 것일까, 애틋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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