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시 한수]

신기질 <청옥안 원석>

신기질 靑玉案 元夕


東風夜放花千樹(동풍야방화천수),

更吹落(갱취락)、星如雨(성여우)。

寶馬雕車香滿路(보마조거향만로),

鳳簫聲動(봉소성동),玉壺光轉(옥호광전),

一夜魚龍舞(일야어룡무)。


봄바람이 밤에 수많은 나무에 꽃을 피워놓고는

또 불어 떨어뜨리니 불꽃이 비 오듯 쏟아지누나.

화려한 마차가 왕래하는 길엔 향기 가득하고

퉁소 소리 울려 퍼지니 백옥 같은 달은 밝게 빛나고

밤새도록 어룡 꽃등은 춤을 추는구나.


蛾兒雪柳黃金縷(아아설류황금루),

笑語盈盈暗香去(소어영영암향거)。

眾裡尋他千百度(중리심타천백도);

驀然回首(맥연회수),那人卻在(나인각재),

燈火闌珊處(등화란산처)。


화려한 장식으로 아름답게 치장한 여인들

교태롭게 웃고 떠들면서 그윽한 향기 풍기며 지나가네.

사람들 속에서 수백 번 그녀를 찾다가

문득 머리를 돌려보니 그녀는 뜻밖에도

등불이 드문 곳에 쓸쓸히 서 있구나.


송대 시인 신기질은 강렬한 감정표현과 아름다운 자연 묘사로 이름이 높다. 신기질의 시는 특히나 시대 배경을 좀 봐야 한다. 북쪽의 금나라의 위세는 송을 위협했고 급기야 송의 황제가 포로로 잡혀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수도를 남으로 옮긴 남송시대, 많은 문인들은 북벌을 하여 잃어버린 국토를 회복해야 한다는 애국 충정의 글을 많이 썼다. 신기질의 시도 이런 맥락하에서 봐야 더 선명히 들어온다. 그런데 이 시는 그런 불같은 애국 충정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애절한 사랑, 잊을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을 표현하고 있다. 정월 대보름, 중국에선 원소절로 부르는 그 축제의 밤의 화려함과 떠들썩함을 전반부에서 묘사하는 한편, 후반부에서는 그리운 이가 그 한쪽에 희미한 등불 아래 조용히 서 있다고 적고 있다. 대비의 효과가 잘 드러난다고 할까. 중국 최대의 인터넷 검색엔진은 <바이두>는 신기질의 이 시구 "百度", 즉 "백번, 천번 애타게 찾는다"는 의미의 百度에서 그 이름을 차용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지점이고 신기질에 대한 위상이랄까, 영향력이 느껴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참고로 그의 작품은 중국 중고등학교 과정에 다섯편이나 실려 있을 정도로 사랑을 받는다. 또한 최근에 만든 영화 <신기질-중원의 결사대>라는 작품도 있는데, 이처럼 그는 문인이면서 동시에 애국 충정의 장군 이미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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