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시 한수]

왕안석 <야직>

夜直(야간 당직) 왕안석

金爐香盡漏聲殘(금로향진루성잔)

翦翦輕風陣陣寒(전전경풍진진한)

春色惱人眠不得(춘색뇌인면부득)

月移花影上欄幹(월이화영상난간)


향로 향은 다타고 물시계 소리도 멎었는데

소슬히 부는 바람에 이따금 한기를 느끼네.

봄빛에 고뇌하며 잠 못 이를 때

달빛은 꽃 그림자를 난간 위로 옮겨가네.


왕안석이 봄날 한림학사에서 야간 당직을 서며 지은 시다. 그때도 당직이란게 있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자, 봄은 왔지만 밤에는 날씨가 아직 춥고, 이런저런 번뇌로 잠은 오지 않는 상황에서 달은 또 휘엉청 밝아 꽃 그림자를 난간 위로 올렸다. 즉 시간이 흘러 새벽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봄밤과 새벽의 정경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온다. 그리고 고뇌하는 지식인의 내면이.


왕안석은 잘 알려져있듯이 송대의 문인이자 정치가다. 특히 왕안석 하면 신법이 떠오를만큼 개혁적인 정책을 펼쳤던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개혁 정책은 보수파에 의해 저지되었고, 당쟁은 격화되고 혼란한 상황은 이어졌다. 왕안석에겐 정적이 많았지만, 정적들도 그의 뛰어난 문장만은 모두 다 인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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