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시 한수]

두목 <박진회>

두목 <泊秦淮> 진회에 배를 대며


煙 笼 寒 水 月 笼 沙 (연롱한수월롱사)

夜 泊 秦 淮 近 酒 家 (야박진회근주가)

商 女 不 知 亡 国 恨 (상녀부지망국한)

隔 江 犹 唱 后 庭 花 (격강유창후정화)


연무 낀 강 모래 위로 달빛 쏟아지는 밤

밤에 진회 강가에 배를 대니 술집 근처로구나

기녀들은 나라가 없어진 줄도 모른 채

강 건너에서 여전히 후정화 노래를 부르는구나


당나라 일급 문인 두목(杜牧)의 명시다. 당나라 후기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이면서 쇠락해가는 당나라의 시대상을 날카롭게 포착한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짧은 시 <박진회> 역시 시대적 감회를 투영시키고 있는 작품이다. 전반부에서는 밤의 강가, 안개와 달빛이 만들어내는 아름답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묘사한다. 이어서 남경의 대표 번화가이자 유흥가인 진회의 술집을 언급한다. 당시 남경은 강남의 중심지였고, 진회는 남경을 흐르는 강으로, 문화와 풍류를 상징하는 역사적 장소였다. 마지막이 하이라이트다. 노래하는 술집 기녀들이 아무 개념 없이 망국을 상징하는 노래인 ‘후정화’를 부르는 것을 듣는 시인의 감회가 드러나고 있다. 후정화는 위진남북조 시대 남조의 마지막 황제가 후궁들과 즐기기 위해 지은 노래로, 그 퇴폐성과 향락성이 망국의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이후 망국을 상징하는 노래가 되었다. 그러니까 시인은 진회가에 배를 대면서 근처 화려한 유흥가에서 들려오는 ‘후정화’를 들으며 씁쓸함을 삼켰을 것이다. 점점 저물어가는 당나라의 기운을 직감하면서 말이다. 두목은 두보와 비슷한 사회파 시인으로 ‘小杜’라고도 불린다. 시인은 과거 남조의 망국사를 거론하면서 당대의 사회현실을 풍자하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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