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30년 만에 가 본 교실
얼마 전 고등학교 모교에 가서 중국 관련 특강을 하고 왔다. 작년 말 학교에 들렀다가 교감 선생님 및 교무주임 선생님과 얘기를 나누던 중 약속된 자리였다. 최근 들어 여러 자리에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 강연을 하게 되는데, 모교에서 후배들을 만나는 것도 꽤 뜻 깊은 일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고교 졸업을 한 게 1991년이니, 근 30년 만에 학교 교실에 다시 들어가 보는 셈이었다. ㅎㅎ 지난 2월말 고교 은사님 10분을 모시고 저녁자리를 함께 했을 때, 참으로 감개무량하고 가슴이 벅찼었다. 그에 이어 이번에는 30년 만에 다시 모교 교실에 들어가 후배들 앞에 서게 됐으니, 그 또한 감흥이 없을 수 없는 자리였다. 인문학 특강을 담당하는 젊은 남자 선생님이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고, 학교 중국어 선생님도 자리에 참석했다. 그리고 안면이 있는 교감 선생님도 시작 전에 오셔서 학교에 대해 이런저런 소개를 해주시기도 했다. 선생님들의 소개를 받으며 교실과 복도를 좀 둘러보았는데, 아, 가물가물했다. 내가 공부했던 교실이 몇 층인지, 어느 위치였는지... 학생들 몇몇이 복도를 지나가며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30년 전 그 어느 한쪽에서 친구들과 떠들고, 장난치고, 또 수업을 하고, 공부를 하던 10대의 내 모습이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것도 같고, 그런 생각이 이어지면서 아련해지고 또 가슴이 짠해졌다. 허, 30년이라니. 참으로 실감나지 않는 시간이다. 다시 30년 뒤에는 80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일 테고... ㅎㅎ
7시에서 9시까지 이어진 그날의 특강은 미리 공지가 되고 학생들 스스로 자율적으로 신청을 해서 온 자리였다.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피곤한 기색도 없이 눈을 반짝이며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후배들이 고맙고 또 대견스럽기도 했다. 중간 중간 30년 전의 학교와 학교생활 이야기를 농담 삼아 들려주자,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는데, 말하는 나로서도 참으로 격세지감이었다. 강연을 마치고 질문을 받아보니 남녀 학생 할 것 없이 적극적이고 진지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강의의 내용에 관한 것부터, 요즘 하고 있는 이런저런 고민들, 그리고 궁금한 대학 생활에 대한 질문까지, 나는 하나하나 나름대로 정성껏 대답을 해주었다. 애틋하고 뿌듯한 저녁이었다. 교과서를 벗어난 이야기가 잠시나마 재밌고 유익했을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을지, 또 선배로서의 격려가 약간이나마 힘이 됐을지...
학교 건물을 나와 운동장 한쪽에 있는 주차장으로 걸어가면서 나는 환하게 불이 켜진 학교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고생하시는 선생님들과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을 후배들의 안녕과 발전을 기원했다. 그리고, 학교 구석구석에 새겨져있는 내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고맙고 또 그립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