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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중년 남자 Nov 09. 2020

중국기행1

-샤먼, 아모이, 표량성시

중국 동남부, 왼쪽으로는 광동성과 맞닿아 있고 오른쪽으로는 바다 건너 타이완과 마주한 복건성의 해안도시, 샤먼(廈門)에 대한 첫 인상은 남국 분위기가 물씬 난다는 것이었다. 내가 유학했던 상하이도 곳곳에 야자수 있고 남쪽이란 느낌이 나지만, 확실히 복건 샤먼은 훨씬 더 남국의 낭만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도시였다. 물론 여행지로 스쳐 지나갔기에 그런 기분이 한결 더 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몇 년 살면서 공부한다고 지지고 볶은 상하이에는 상당히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샤먼은 상하이, 홍콩 못지 않은 대도시였고 깨끗했고 쾌적했다. 왜 샤먼을 두고 손꼽히는 휴양도시라고 하는지 알 만했다. 깨끗하고 사철 온화한 기후로 많은 중국인들이 휴가를 보내고 싶은 곳으로, 특히 겨울을 보내고 싶은 곳으로 샤먼을 꼽는다. 서양인들에게는 아모이(Amoi)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거리도 깨끗하고 공기도 탁하지 않고 괜찮았다. 복건에 있는 몇주 동안 운전을 맡아주었던 현지 기사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당연하다는 듯 고향 샤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한편 우리에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곳이 또한 샤먼이다. 다시 말해 아직 관광지로서 복건지역은 한국인들에게는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것 같다. 샤먼을 포함해 복건성 곳곳을 3주 넘게 돌아다녔는데 한국인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고, 돌아오는 날 샤먼 공항에서 석재 사업을 한다는 한국인 사장님 한 분을 우연히 볼 정도였다.

      

4월과 5월, 한달 간격으로 두 차례 마주한 샤먼, 이미 서울에 비해 날씨가 훨씬 더웠고 여름 느낌이 났다. 상하이가 그런 것처럼 비가 많은 도시였고, 있는 내내 장마처럼 비가 오락가락했다. 후텁지근한 날씨, 수시로 내리는 비, 제대로 남국의 느낌을 준다.      


 일정이 있어 샤먼을 구석구석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 두 군데가 기억에 비교적 선명히 남아있다. 첫째는 역시 샤먼의 대표 관광지 구랑위다. 중국으로서는 아픔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상하이가 그렇듯 샤먼도 아편전쟁 패배 후 강제 개항된 항구도시였고, 조계지가 되면서 역설적으로 발전을 이룬 도시였다. 구랑위는 그 중 영국이 휴양지으로 삼은 곳으로 샤먼 앞바다에 있는 작은 섬이다. 배를 타고 조금만 가면 도착하는데 관광객들로 늘 붐빈다. 구랑위는 샤먼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자유롭고 낭만적인, 요컨대 복작거리는 현실을 잊게 하는, 말 그대로의 휴양지랄까, 파도가 암초에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북소리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구랑, 이름부터 낭만적이다. 코발트빛 바다, 아름다운 해변, 유럽풍의 건물들, 잘 가꿔진 정원 등등. 말 그대로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달콤한 사랑을 속삭여 봐요’ 그런 느낌을 주는 섬이다. 복건성 여행이 두루두루 좋았지만 그중 특히나 낭만적이고 여유로운 느낌을 받았던 곳이 이 구랑위였다. 봄바람, 아름다운 해변, 파도소리, 그리고 밝은 웃음의 소녀들... 고단한 일상에 지친자들이여 구랑위로 가시라!      


샤먼에 대한 또 하나의 선명한 기억은 이른 아침 샤먼대학에 찾아갔던 기억이다. 대학에 있다 보니 외국의 대학도 많이 가는 편이고, 관광으로 외국에 나가도 겸사겸사 현지에 있는 대학을 찾아가 보는 편이다. 마침 샤먼대학이 중국 전역에서 아름다운 캠퍼스로 명성이 높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한번 맘 먹고 찾아가 보았다. 호, 넓은 캠퍼스, 정문 쪽에서 학교 안쪽까지 야자수가 끝없이 늘어선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샤먼은 아름다운 휴양도시, 항구, 해변 도시지만, 동시에 대륙에서 대만과 가장 가까운 지점이기도 해서 군사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바로 코 앞에 금문도가 있다. 그러니 여차하면 일촉즉발될수 있는 지역이지만 표면적으로는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한다. 확실히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그런가 구랑위에 갔을 때 대만에서 온 관광객들도 상당히 많았고, 구랑위의 여러 가게들도 뭔가 좀 대만의 느낌을 풍기기도 했다. 먹거리로는 샤차면이  좀 기억에 남는다. 줄을 서서 먹는 집이라고 해서 기대를 하고 찾아갔다. 맛은 하이커이, 비주얼은 짬뽕 비슷하나 맵진 않고 요컨대 해장국 비슷한 맛의 해물면이라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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