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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중년 남자 Jan 07. 2021

중국기행5

대륙의 문, 복건성 기행 

남소림사, 미주도     


   천주(泉州) 한편에 있는 남소림사는 복건성의 특징과 복건인들의 강인함, 자존심을 잘 보여주는 곳이었다. 숭산의 소림사는 북소림, 복건의 소림사는 남소림으로 분류된다. 상업화된 북소림에 비해 남소림사는 한적하고 아직은 수수한 모습이었다. 북소림의 무술 동작이 크고 화려한데 비해 남소림의 무술은 동작이 작고 크지 않다는데, 이는 바닷가, 혹은 배 위에서 활용되기 때문이라는 무술사부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복건성은 면적의 70프로 이상이 산악지대고 바다를 끼고 있기 때문에 예로부터 바다를 통해 외부의 침입이 잦았던 곳이다. 스스로를 지키고 방어하기 위해 강인한 신체단련은 필수였던 것이다. 남소림으로 대표되는 무술이 발달한 것도, 산속의 서족들이 그들 특유의 무술을 개발한 것도 다 그런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중국, 특히 중국 남부 일대의 민간신앙으로 절대적 지위를 가진 여신 마조(媽祖)의 생일에 맞추어 미주도(湄州島) 마조사당을 찾아간 것도 기억에 깊이 남아있다. 배를 타고 30여분, 그날 미주도에는 정말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인근의 수많은 마을 주민이 각양각색의 복장을 하고 미주도에 모여 마조의 생일을 축하하고, 저마다의 소원을 비는 모습은 진풍경이었습니다. 특히 거대한 마조의 석상 앞에 무작정 엎드려 절을 올리는 수많은 중국인들의 절실한 모습은 보는 이를 압도했다. 그 석상에서 바라보는 바다 마주편이 바로 대만이지요. 같은 시각, 바다건너 대만에서도 마조를 기리는 행사가 진행되었을 것이다. 미주도에 머무는 내내 마조에 대한 그들의 굳은 믿음, 그 근원은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을 곱씹었다.       

 

  산과 바다를 낀 복건성의 아름다운 자연풍광, 그중에서도 백미는 역시 무이산(武夷山) 일대였다. 말 그대로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산세, 초록빛 구이계곡,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절경, 손오공, 저팔계가 날아다닐 것 같은 기이한 절벽, 그리고 초봄의 무이암차까지, 정말 좋았다. 대나무 뗏목 주파이를 타고 구이계곡을 돌아나올 때는 마치 선경을 떠다니는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그리고 무이정사, 복건이 낳은 또 한명의 거인, 주희가 그곳 무이산에 서원을 짓고 주자학을 완성하고 후학들을 길러냈다. 그의 깊고 심오한 학문세계를 기분으로나마 잠시 맛볼 수 있었다.      


  쓰다 보니 말은 길어지고 그때의 기억들이 다시 연이어 새록새록 떠오른다. 사실 촬영한 부분 중에 많은 부분은 방송에 나가지 못했다. 어떤 부분은 무척 공들여 찍었는데, 전혀 나오지 못한 부분도 많았다. 예컨대 천주 바닷가에 살고 있는 바다집시도 꽤 힘들여 찾아가고 촬영도 어렵게 했지만, 방송에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수상가옥에 살며 어업을 하는 그들의 일상을 담았는데 하루를 꼬박 촬영했다. 하루 동안 정든 그 집의 막내아들이 우리를 배웅한다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끝끝내 아빠가 모는 배를 타고 뭍까지 따라왔다. 잘 있어라 인사를 건네는데 아빠 뒤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던 아이의 그 맑은 눈망울이 잊혀지지 않는다. 씩씩하게 잘 자랐으리라 믿고, 벌써 9년 전 일이니 지금은 어엿한 20대 청년이 되었겠다.      


  여행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 좋은 사람들이 정말 많아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다. 그들로부터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 카메라까지 메고 다니며 마을 곳곳을 안내해준 동네 아저씨, 숙박과 촬영을 자기 일처럼 도와준 태극권 선생님, 자신의 친구까지 데려와 촬영을 도와준 여대생 등등 여행 곳곳에서 크고 작은 도움을 준 이들이 참으로 많았다. 그 인연으로 지금도 자주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들도 여러명이다. 복건성 여행에는 또한 예상치 못한 곤란도 많았다. 어느 산속에선가 벌레에게 엄청 물려 촬영 내내 고생했고, 돌덩이에 발을 찧기도 했고, 어느 곳에선가는 중국 공안에게 카메라를 뺏길 뻔한 적도 있었다. 또한 중간에 중국쯕 코디가 사라지기도 하는 등 웃지 못할 사건들도 있었다. 지나고 나니 다 그리운 추억이다. 복건성은 상대적으로 한국에 덜 알려진 곳이라 하겠다. 그토록 여러 곳을 다녔지만 촬영 내내 단 한 번도 한국인을 만나지 못하다가 귀국하는 날 하문공항에서 그것도 관광객이 아닌 석재사업을 하는 한국인 사장님을 한분 만났을 정도였다. 복건성, 멋진 풍경과 좋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꼭 한번 가보면 좋을 것 같다.    


    

<중국의 민간신앙으로 추앙받는 마조여신의 최대 사당이 있는 미주도에서>

이 날 마조 탄생일을 기념하여 인근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와서 제를 올리고 소원을 빌었다.   


<복건성의 어느 깊은 산속을 지나다가 우연히 만난 아이들과 함께>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아이들이 너무 귀여웠다.

<미주도를 찾아가는 배 위에서>


<세계문화유산 토루를 배경으로>

눈으로 확인한 토루는 참으로 불가사의했다. 

<토루 안의 일상을 담고 있는 중>

친절하고 격의없이 대해주는 마을 사람들이 오래 인상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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