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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중년 남자 Jan 10. 2021

중국기행6

겨울, 북경1

  중국을 전공하게 되면서 중국의 수도 북경에 수없이 가봤지만 겨울에 대한 인상이 가장 깊다. 실제로도 사계절 중 겨울에 갔던 적이 가장 많았던 것도 같다. 그러나 횟수보다도 북경의 그 차갑고 건조한 날씨, 특유의 그 매케한 매연이 강렬한 인상을 준 점, 즉 전반적으로 겨울의 이미지가 강해서 그러한 것 같다. 북경은 우리 서울과 비슷한 위도에 위치한다. 온도는 비슷하나 내륙에 위치한 터라 강수량은 600미리 안팍에 그치는 건조한 날씨를 보인다. 겨울에는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지만 눈은 별로 내리지 않는다. 북경의 겨울은 매연과 미세먼지로 악명이 높다. 최근 들어서는 정부의 강력한 조치로 한결 개선되었지만, 북경 외곽에 위치한 공장의 매연이 많고 석탄, 연탄이 아직도 많이 사용되기에 겨울 북경의 대기질은 심각하다.    

  

  그럼에도 나는 겨울에 북경가는 걸 좋아한다. 겨울,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싸하고 찬 바람 속에서 만리장성에 오르는 기분은 각별하고, 얼음이 꽝꽝 언 이화원 곤명호를 신나게 달리는 그 경험도 잊지 못한다. 노을 지는 겨울 오후의 자금성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고, 천단공원, 원명원의 그 아득한 겨울풍경도 좋아한다. 뿐인가. 언제 가도 수많은 이들을 볼 수 있는 천안문 광장과 젊은 친구들이 많이 모이는 스차하이의 겨울밤도 멋지고, 번화가 왕푸징의 활기도 내가 북경에서 좋아하는 것들이다. 거대한 크기로 사람을 압도하는 중관촌 일대, 중국 지성의 산실 북경대학 일대도 북경에 가면 자주 가는 곳이다. 북경은 워낙 볼거리가 많아 돌아보려면 시간을 좀 넉넉히 잡아야 한다. 하루 이틀 안에 북경을 다 보겠다는 건 어림없는 생각이다. 적어도 한 일주일쯤 잡아야 대강의 모습이라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세계 어딜 가도 미리 숙소를 예약하고 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나는 그때그때 현장에서 숙소를 잡는 것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중국은 그만큼 친숙하고 잘 안다고 생각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주인이랑 방값 흥정도 좀 하고 좀 그래야 중국에 온거 같은 기분이 든다. 자, 일단 숙소를 잡았으면 짐을 풀고 편안한 마음으로 숙소 인근을 둘러보면 된다. 북경은 워낙 명소가 많으니 분명 숙소 인근에도 가볼만한 곳이 많을 것이다. 첫날은 그저 그렇게 가볍게 둘러봐도 좋을 것 같다. 가령 몇 년 전 겨울 학생 몇몇과 떠났던 중국 배낭여행의 일정을 생각나는 대로 말해보면 대략 이러했다. 산동성 청도에서 기차를 타서 오후쯤 북경남역에 도착한 우리는 지하철 옹화궁역 근처에 위치한 한 유스호스텔에 짐을 풀었다. 가볍게 숙소를 나와 이런저런 간식을 사먹으며 거리를 어슬렁대다가 바로 옆에 위치한 북경 최대의 티벳 불교사원인 옹화궁을 대충 쓱 살펴본다. 엄청난 크기의 미륵상이 시선을 잡아끈다. 청의 옹정제가 티벳 불교를 위해 기증한 후, 건륭제가 대대적으로 확장을 한 사원이다. 자, 옹화궁을 둘러본 후 역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핫플레이스 스차하이로 향한다. 호수를 끼고 조성된 거리엔 재밌는 볼거리와 멋진 카페와 음식점들이 잘 조성되어 있어 꽤 낭만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곳곳에 멋진 조명과 장식품들이 더해져 겨울 밤을 한층 더 분위기 있게 만들어 준다. 언뜻 우리네 이태원 같은 느낌도 들고 확실히 젊은 친구들이 많이 몰려 있다. 


  자, 이튿날부터 본격적인 북경 관광이 시작된다. 북경의 유적지들은 워낙 스케일들이 커서 제대로 보려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하고 일찍 움직여야 한다. 중국에서의 아침식사는 대동소이한데, 대략 만두와 딴빙, 그리고 떠우장과 여우탸오 정도면 충분하다. 아침을 먹은 뒤 옹정궁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북경의 중심 천안문 광장으로 향한다. 천안문역에서 내려 에두르지 않고 곧장 천안문 광장으로 나간다. 아침부터 이미 엄청난 인파를 보게 된다. 한가지 특이사항, 요즘엔 천안문 광장에 나가려면 검색대를 통과해서 가야한다. 뭘 이렇게까지 하나 싶은데 어쩌겠나, 거기선 그게 법이니.      


  엄청난 규모의 광장, 백만이 운집할 수 있는 세계 최대규모의 광장이니 각양각색의 다양한 사람들과 풍경들을 만날 수 있다. 천안문 광장에 서보면 북경이란 도시의 특징이 피부로 다가온다. 즉 과거와 현재가 서로 마주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 광장을 좀 둘러봤으면 다음엔 광장과 연결된 자금성으로 들어가 볼 차례다. 아마 여름이라면 이쯤에서 이미 체력이 바닥날지도 모른다. 자, 엄청난 규모의 자금성 관람은 이제부터 시작하다.  


       <해양 도시 청도에서>

<북경가는 기차를 타러 간 청도역에서>

<겨울 밤, 북경 스차하이를 배경으로>

<천안문 광장, 자금성 앞에서>

<북경역을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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