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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중년 남자 Jan 16. 2021

중국기행8

중원을 가로지르다1

  몇해 전 대항항공 중국 광고에서 중국 중원지역을 집중적으로 소개한 적이 있다. 서안과 개봉, 낙양, 정주의 풍경을 담아 멋지게 만든 광고였다. 황하의 신비롭고도 장엄한 풍경, 수려한 화산, 세계의 불가사의 진시황 병마용, 당현종과 양귀비가 사랑을 속삭이던 화청지, 만고에 빛나는 포청천의 청렴함이 남아있는 개봉부 등등이 화면을 채우며 감탄을 자아냈다. 보는 순간 떠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잘 만든 광고였다. 그렇다. 중국의 진짜 모습을 보려면 먼저 중원을 가야한다. 2000년의 중국을 만나려면 서안에 가야한다는 말, 5000년의 중국을 보려면 하남으로 가야 된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중국문화의 원형이 바로 이곳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알다시피 중원은 황화문명의 발상지이고 숱한 고대왕조의 중심지였다. 고대 북방의 이민족들은 끝없이 중원땅을 노렸고, 한족은 중원을 사수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 삼국지의 숱한 영웅들도 중원을 놓고 천하 통일을 꿈꿨다. 그 옛날 흙바람 일으키며 말 달리던 수많은 영웅들이 피고 진 그 땅, 중원은 그렇게 우리 가슴 저 밑바닥에 있는 무엇인가를 강하게 자극한다. 우리가 통칭해서 말하는 중원은 지리적으로 하남성 일대와 섬서성 일대, 산동성 서부, 호북성 북부지역을 가리킨다. 나는 유학시절, 그리고 졸업한 뒤에는 방학을 이용하여 배낭 메고 몇 번씩 중원을 가로질렀다. 중국의 속살, 중국문화의 원형을 보려면 이 중원을 깊이 보아내야 할 것이다.       

     

정주     

   하남성의 성도 정주(鄭州), 수천년 장구한 시간을 간직한 중원 땅이다. 하지만 그 긴 역사 속에서 역사의 중심에는 서지 못한 비운의 도시이기도 하다. 정주는 오히려 근대에 이르러 철도교통의 요충지가 되며 크게 발전한 도시인데, 현재 중국의 주요철도가 모두 정주를 거쳐간다. 우리의 대전이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대전역에 수많은 이들이 사연이 어려있듯이 아마 교통의 요지 정주 땅에도 수많은 스토리들이 담겨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정주가 하남성의 성도가 된 것도 바로 그러한 지리적 요인이 크다. 

  정저우에 가면 중국 고대 상나라 유적을 만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3500년전 존재했던 상나라의 도기, 청동기, 주거 유적 등이 박물관과 유적지에 보존되어 있다. 최초의 한자기록인 갑골문이 사용되던 시기, 그 아득한 시기의 흔적을 보고 있자면, 우리가 얼마나 작고 유한한 존재인가를 저절로 느끼게 된다.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한 황하유람구도 꼭 한번 가볼만 하다. 산동성 제남에서도 황하를 볼 수 있지만 이쪽의 황하는 또 느낌이 다르다. 이곳 황하 유람지역은 가장 거대한 황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관람객들을 위해 시설들이 잘 정비, 조성되어 있어 황하의 진면목과 편하게 마주할 수 있다. 황하를 상징하는 거대한 모친 석각을 비롯, 중국 고대 전설상의 인물인 황제와 하나라의 시조 우임금의 석상 등 많은 석각이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하고, 극목각이라는 이름의 정자에 오르면 황하의 웅장함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우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황화 풍경도 가히 일품이다.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쉽게 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숭산, 소림사     

  정주에서 약 1시간쯤 떨어진 등봉(登封)이란 곳에 중국 오악 중 하나인 숭산(崇山)이 있고, 중국무술의 본산이 라 할 소림사가 있다. 숭산은 모두 72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고, 최고봉은 1500미터가 조금 넘는다. 높이는 태산과 비슷하지만,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산에는 여러 사찰과 유적이 있는데, 소림사 역시 그 중의 하나이다. 

  소림사는 위진남북조 시대인 북위 때 창건되었다. 이후 인도의 고승 달마대사가 이곳에서 면벽을 하며 선종을 창시했다. 소림사의 승려들은 달마대사의 수행법에 따라 무술을 연마하였는데, 당나라 초기 소림사 승려 13인이 태종을 도와 중국 통일을 이루면서 소림권이 천하에 알려지게 되었다. 소림사와 소림권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면서 수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고 있다. 절과 그 주위에는 탑림, 달마동, 소림사무술관 등 많은 유적과 볼거리가 있다. 소림권은 그간 수많은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데, 그 본산지에 가서 무술을 연마하는 많은 이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새롭다. 한번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예전에는 단지 멋있어 보여서 관심이 갔다면, 이제는 건강과 정신수양을 위해서 한번쯤 푹 빠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말하자면 소림무술의 본질에 조금 더 관심이 생겼다고나 할까. 나도 소싯적에 태권도를 열심히 배웠고 군대에서는 특공무술도 좀 접해본 터라 무도에 관심이 있는 편이다. 소위 중국 전공자로서 앞으로는 중국의 무술에도 좀 더 관심을 가져보려고 한다. 

  소림사 뿐 아니라 중악묘도 한번 들러볼만 하다. 하남성 최대의 도교 사원이라고 하겠는데, 깊은 역사를 간직한 여러 건축물도 눈길을 끌고 준극전의 웅장한 자태도 감탄을 자아낸다.   



북송의 흔적, 개봉     

   자, 이번엔 개봉(開封)이다. 정주에서 약 80키로 떨어진 중국 고대 도시 중 하나다. 타지에서 개봉에 도착하면 일단 그곳이 사통팔달로 잘 연결되어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른바 교통의 요지라는 말인데, 고대의 중요한 도시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자연스레 수긍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개봉은 여러 왕조의 도읍지였지만, 역시 송나라 수도로 크게 번성했던 곳이다. 바로 판관 포청천과 수호지의 무대였다. 청렴함과 공명정대함의 상징 판관 포청천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존경받는 인물이다. 90년대 중반 대만에서 만들어진 드라마 포청천은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개봉의 주요 볼거리는 대부분 시내에 집중되어 있어 둘러보기 편하다. 개봉의 특이한 점은 수면 면적이 넓다는 점이다. 산동 제남도 샘이 많기로 유명하지만, 여기 개봉도 물이 많아 수성(水城)으로 불리운다. 도시 안에 포공호, 반가호와 같은 넓은 호수가 있어 주변 경관과 어우러진다. 먼저 용정공원에 가볼만 하다. 송대에는 어원의 일부였으나 홍수로 파괴되어 나중에 다시 건축되었다. 앞의 넓은 호수가 펼쳐져 있어 가슴이 탁 트인다. 어느 해 여름에 개봉에 간 적이 있었는데, 낮에는 돌아다니기가 참으로 더웠다. 저녁이 되자 호수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한가로이 더위를 식혔다. 그 한가로운 풍경이 참 보기 근사했다. 호수위로 불어오는 은근한 바람의 맛도 좋았다.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버드나무 아래 다리 계단에 앉아 쉬는 사람들도 많았다. 

  상국사라는 절도 가봐야 한다. 1500년 전에 지어진 절로 유서 깊은 곳이다. 물의 도시답게 개봉의 여러 유적들은 홍수로 유실, 붕괴된 경우가 많은데, 상국사의 주요 건축도 후대에 다시 개축된 것이 많다. 북송에 세워진 높이 50여 비터의 철탑도 개봉의 주요 유적 중 하나다. 벽돌로 지어진 것이지만 갈색의 돌이 마치 철처럼 보여 철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탑 위에 오르면 개봉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자, 앞서 개봉하면 송대가 떠오른다고 했는데, 송대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거리가 있다. 바로 송도어가다. 400미터에 이르는 거리를 말 그대로 송대의 거리로 재현했는데, 그 거리에 들어서면 번성했던 송대의 한복판에 들어온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 속 어딘가에 판관 포청천이 서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송대의 번화함을 맛볼수 있는 곳이 또 있는데, 그 유명한 그림 청명상하도를 재현한 테마공원인 청명상하원이 그것이다. 청명상하도는 주지하듯 북송의 화가 장택단이 개봉의 번화한 거리를 담아낸 명작이다. 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아주 정교하고 생동감 넘친다. 공원을 걸으면 북송의 건축물과 그 분위기를 피부로 감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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