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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중년 남자 Sep 25. 2022

중국기행31

산동 조장-개봉행 기차에서 훌쩍 내리다

중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 한 뒤 

1년에 한번 정도는 방학때 중국으로 여행을 떠나곤 했다. 

여름방학일때도 있고 겨울방학일때도 있었다. 

한번 가면 대개 2주 정도 중국에 머물며 여기저기 다녔다. 

제일 자주 편하게 다닌 코스는

산동성으로 들어가 산동성, 하남성, 절강성 일대을 돌다가

마지막으로 상하이을 거쳐 들어오는 여정이었다.


어느 해 여름방학,

친구 한명과 함께 중원지역 여행을 하기로 하고

인천에서 위해로 들어가는 페리에 올랐다. 

산동성 위해를 거쳐 청도를 둘러본 뒤

공자의 고향 곡부로 향했다. 

곡부에서 2000년 전으로의 시간여행을 마친 뒤

진짜 중원지역인 하남성쪽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곡부는 갈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다 좋은데 교통편이 다소 불편하다.

무엇보다 기차역이 없어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곡부에서 하남성으로 넘어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고 다른 도시로 이동해야 했다. 

아무튼 물어물어 기차역이 있는 인근 도시로 나갔고

하남성 개봉행 열차표을 알아보았는데

역시나 표는 없었다. 

예매가 보편화된 지금도 중국의 기차역에 가보면

표를 구하려는 엄청난 인파로 정신이 없는데

십몇년전의 중국에서는 뭐, 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나는 중국에 살면서, 또 졸업한 뒤 귀국한 뒤로도

중국에 갈때 숙소든 교통편이든 미리 예매라는 걸 해본적이 없다 ㅋ

그냥 그때그때 되는대로 해결했다. 그게 내 성격이고 중국에서의 내 라이프스타일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비행기표, 숙소 정도는 예매하려고 한다 ㅎ)


아무튼 그 더운 여름날, 그냥 입석을 끊고 올라탄 개봉행 완행열차,

일단 되는대로 가보자, 고 호기롭게 올라탔지만,

에어컨도 돌지 않는 기차칸에 입석도 만원,

얼마못가 그냥 훌쩍 내렸다. 

그곳이 바로 전혀 일정에 없던 곳, 산동성 조장(조장)시였다. ㅋ

사실 발길닿는대로의 여행이었으니 우연이랄 것도 없었다. 


조장시,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불볕더위로 지쳐있었는데 그날 조장은 시원하게 비를 뿌렸다.

온 김에 한번 둘러보고 가자, 친구와 그렇게 결정하고

역 근처 숙소를 정하고 볼거리, 먹거리를 찾아나섰다. 


조장은 산동성의 여러 유명 도시들과 다르게

관광으로 알려진 곳은 아니다. 

우리 역시 뭘 기대하고 내린 곳이 아니었기에

그냥 편하게 시내를 둘러보고

한박자 쉬어가는 텀으로 생각했다. 

참고로 조장의 볼거리를 꼽으라면

한참 외곽에 위치한 타이얼좡 고성이다. 우린 거기까진 가지 않았다.


조장에서의 하룻밤,

해가 넘어간 저녁,

숙소 앞 식당에서 양꼬치와 여러 반찬들,

예컨대 가지볶음, 위샹러우쓰, 꽁바오지딩

그리고 칭다오 맥주 한잔 걸치며

여유롭게 한 여름밤을 보낸 기억이 남아있다. 


그렇게 조장에 대한 기억은

우연히 들러 더위를 식히고

조금은 뻑뻑한 여정에 틈새를 만들어준 

작은 마을의 여유있는 저녁시간으로 남겨진 것이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가르치는 학생들이 중국의 여기저기로 단기 교환학생, 어학연수를 갈때

조장에 있는 조장대학으로 가는 학생들도 있었다.

조장에 대해 묻는 학생들에게 

어 그래, 조장 좋지, 거기 좋아! 

인연이 또 이렇게 연결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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