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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중년 남자 Feb 10. 2021

중국기행 10

11월의 타이베이 1

  요즘엔 도깨비 여행이란 표현을 잘 안 쓰는데, 한때는 꽤 많이 쓰던 말이다. 주로 바쁜 직장인들이 주말을 끼고 밤을 이용하여 짧게 1박3일, 혹은 2박, 3박 등으로 인근 아시아 대도시를 여행하는 걸 일컫던 말인데,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엔 더더구나 아득한 말이 되어버린 것 같다. ㅋ


  학교 선생으로 사는 나는 여름과 겨울에 방학이 있으니 한번 해외로 여행을 떠나면 보통 보름쯤 계획을 잡는다. 짧아도 한 열흘은 다녀와야 어디 갔다 온 거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2박이나 3박 정도로 나가는건 영 성에 안차긴 하지만, 가끔 가는 경우가 있다. 주로 짧은 휴가를 낸 가족들과 가는 경우가 많은데,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같은 일본의 도시나 상하이, 베이징, 홍콩, 타이베이 같은 중화권의 도시들로 가곤 한다.      


  상하이, 홍콩, 타이베이, 도쿄, 오사카 처럼 우리보다 훨씬 남쪽에 위치한 도시에 갈 때는 한 11월쯤 가면 참 좋은 것 같다. 한국은 이미 꽤 쌀쌀한 날씨지만, 그곳은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알맞은 날씨에 가을의 낭만을 한참 더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몇 년 전 11월에 별 계획도 없이 훌쩍 떠났던 타이베이도 그런 면에서 더욱 좋았던 것 같다.      


  본토에 익숙한 나는 타이완에 갈 때마다 확실히 좀 소프트하다, 라는 느낌을 받는다. 아마 대부분 사람들이 다 그렇게 느낄 것이다. 타이완은 전체적으로 단정하고 친절하면서 아기자기한 느낌이다. 그렇다보니 상대적으로 좀 더 거친(?) 대륙보다 타이완을 더 선호하는 관광객들도 많을 것이다. 특히 타이완의 달달한 청춘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 젊은 친구들이 타이베이를 비롯해 대만 곳곳으로 여행을 많이들 가는 것 같다. 물론 나 역시 타이베이의 활기와 낭만과 세련된 이미지를 무척 좋아한다.    

  

  11월이지만 타오위엔 공항에 내리는 순간, 아 여기가 남국은 남국이구나, 를 느낀다. 춥기는 커녕 조금만 걸으면 반팔로 다닐 판이다. 거리엔 야자수가 늘어서 색다른 느낌을 건넨다. 타이베이는 우리 서울처럼 교통이 편리해 어디에 숙소를 정해도 좋지만, 역시 번화가 시먼딩이면 더욱 좋다. 가성비 좋은 숙소들이 시먼딩 안에 수두룩 하니 미리 예약만 하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해 가을 우리의 타이베이 여행은 짧은 3박이었지만 서로 다른 느낌의 숙소, 두 군데에서 묵었다.     


  타이베이도 볼거리 즐길거리가 수두룩이다. 어디에 포커스를 맞추느냐에 따라 여행의 일정은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경우 짧은 시간이었고 아이들과 함께였기 때문에 많은 걸 본다기 보다는 편안하게 쉰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둘러보기로 했다.      


  타이베이의 고궁 박물관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다. 보물 중의 보물은 다 모았다는 평가처럼 옥으로 만든 배추를 비롯하여 진기한 보물들이 가득이다. 타이완도 그렇고 대륙도 그렇고 중국인들의 박물관 사랑은 각별한 구석이 있다. 워낙 땅도 크고 역사도 장구하니 그렇겠지만, 아무튼 중국 어딜 가도 박물관이 많고 늘 사람들로 붐빈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며 중국의 저력을 느낀다. 지난 과거의 유적, 유물, 그리고 사람들을 잊지 않고 기리는 것, 중국인들에게는 그것이 상당히 생활화 되어있다. 고궁박물관은 산 중턱에 위치한 지라 바람이 장난 아니게 분다. 다행히 차지 않은 날씨라 오히려 시원하고 상쾌하다. 


  타이베이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들, 가봐야 할 식당들이 좀 있다. 만두를 비롯한 딤섬요리로 유명한 딘타이펑도 그중 하나이다. 크, 문제는 손님이 많아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점, 그래도 가족들의 평가는 기다린 보람이 있다, 는 것이었다. ㅎ아이들은 그 외에도 망고 아이스크림, 버블 티 같은 타이완의 유명 먹거리로 빠뜨리지 않는다. 


  타이베이에서 가장 유명한 사찰인 용산사에도 한번 들러봐야 한다. 시먼 인근에 있는 용산사는 사시사철 사람들로 넘쳐난다.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고 굉장히 화려한 장식들이 인상적이며, 불교, 도교, 유교를 총 망라한 곳으로, 소원을 비는 이들로 향냄새가 가득 피어난다.    


  저녁때쯤 천천히 걸어 시내의 중정기념당과 광장을 둘러보는 것도 근사한 경험이다. 규모도 크고 웅장하며 멋진 풍광을 선사한다. 이름 그대로 타이완의 초대 총통인 장개석을 기념하는 곳으로, 타이완과 해외 각지의 화교들이 자금을 기부해서 지었다. 이윽고 타이베이 시내에 어둠이 내리고 도시의 네온사인이 일제히 켜지면 낮과는 또 다른 느낌의 타이베이를 만나게 된다. 분위기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다음으로 타이베이의 랜드마크인 101 빌딩으로 가주면 좋을 것 같다. 다양한 음식점들이 있으니 골라먹는 재미도 있고,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다들 알겠지만 타이베이는 교통수단으로 오토바이가 대중화 되어있다. 젊은 남자들은 물론이고 여자들, 중년들끼리 삼삼오오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을 타이베이 거리에선 흔하게 마주한다. 그런 풍광을 보고 있으면, <청설>, <여친, 남친>, <쓰리 타임즈> 등등 타이베이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신나게 달리는 영화 속 주인공들이 그 속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ㅎ      


예류 공원에서

택시기사가 알려준 동네 맛집에서 웨이팅 중 ㅋ

해질무렵 단수이에서 

시먼 용산사에서, 다들 무엇을 기원하는 걸까

예류,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그냥 갈순 없다. 딘타이펑 ㅎ

케이블카 타고 올라간 마오콩, 경치와 분위기가 근사하다 ㅎ

예류에서 

11월에도 반팔이다 ㅎ

호텔 체크인, 미리 예약하지 않아 품을 좀 팔았다 ㅎ

세계 4대 박물관 고궁 박물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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