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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중년 남자 Dec 30. 2020

중국기행2

-인문의 향기를 찾아서, 산동성의 도시들

인문의 향기를 찾아서, 산동     


  ‘중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누구일까. 여러 인물들이 있을 수 있다. 가령 현대 중국의 아버지 모택동도 있을 수 있고,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떠오를 수도 있다. 신이 된 남자 관우도 그 중 한명일 것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의 머리 속엔 그들에 앞서 한 명이 먼저 떠오른다. 바로 동아시아에 거대한 영향을 끼친 유교의 비조, 세계 4대 성인 중 하나인 공자가 떠오른다. 그렇다. 중국에 간다면 공자를 꼭 만나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공자를 꼭 유교와 연관시켜 너무 어렵고 무겁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2500년 전 혼란의 시대 속에서 어떻게든 세상을 바로잡아보려고 혼신의 힘을 다했던 한 인간, 학문과 교육에 매진했던 지혜로운 선생으로서의 공자를 만나보면 어떨까. 공자의 고향 곡부가 바로 산동성에 있다.


  산동성(山東省)은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곳이다. 한국에 있는 화교들의 고향이 대부분 산동성인 경우가 많다. 그만큼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도 청도, 연대, 위해와 같은 산동성의 도시들이다. 산동성 여행의 좋은 점은 비행기는 물론 배를 이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위해, 연대, 청도 등 산동성의 여러 해안 도시는 인천과 배가 오간다. 배 이야기가 나왔으니 잠시 더해보자. 배 여행은 경비도 절약할 수 있고 그에 앞서 배를 타는 데서 맛볼 수 있는 특유의 여유와 낭만이 있다. 속도가 최고의 가치가 되고 있는 시대지만, 오랜만에 일상의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속을 정화시킬 수도 있고, 가족과 친구와 밤 늦도록 평소에 못다 했던 이야기를 오붓하게 나눠볼 수도 있는 것이다.      

  산동성은 고대 노나라, 제나라가 위치했던 곳이다. 춘추오패에 들만큼 강력한 국가였던 제나라, 그리고 만세사표 공자가 속했던 노나라가 위치했던 산동은 오래전부터 발달된 문명과 높은 인문정신을 가졌던 곳이다. 지금도 곳곳에 남아있는 당시의 유적들과 유물들은 산동인들의 자랑이다. 그래서일까. 현재 산동성이 내세우는 모토는 바로 “인문, 산동”이다. 산동성을 소개하는 여행 책자, 심지어는 거리의 버스 안에서도 "인문 산동"이라는 글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공자를 만나러 가다, 곡부     


  공자의 고향 곡부(曲阜)는 북경에서도 그리 멀지 않다. 하지만 그보다는 산동성의 대도시 청도나 제남에서 찾아가는 것이 훨씬 가깝고 편리할 것이다. 새로 정비되고 확충된 철도망과 잘 닦인 도로망 덕에 요즘 중국에서의 이동은 예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빠르고 쾌적하다. 나는 지금껏 곡부에 3번 가봤다. 

  자, 공자의 고장 곡부에 들어서면, 그곳은 마치 과거의 요새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도시 전체가 성으로 연결되어 있고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마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묘한 느낌을 선사하는 곳이 바로 곡부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공씨이니 공자의 후손들이라 할 수 있다. 호텔, 식당, 가는 곳마다 자신들이 공씨의 후손임을 알리는 글귀를 만난다.  

  이천여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공자를 마주할 수 있는 곳, 곡부는 공묘, 공부, 공림 3곳을 둘러볼 수 있다. 먼저 공묘는 공자를 모시는 사당으로, 그 안에는 2000개가 넘는 비석과 석각이 세워져 있다. 역대의 많은 황제가 내린 비석도 수두룩하다. 북경의 자금성이 스케일로 사람들을 압도한다면, 이 곳 공묘는 시간의 장중함이 단연 압권이다. 

  공부는 공묘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공자의 직계가 살았던 저택이다. 송나라 시절 공자의 46대 후손이 황제 인종으로부터 연성공에 책봉되어 그 이후로는 연성공부라고 불렸다. 공묘와 마찬가지로 전체적으로 엄숙하고 웅장한 느낌을 준다. 

  공림은 공자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공자뿐 아니라 그의 후손들이 묻혀있는 종족무덤으로 엄청난 규모로 조성되어 있다. 우리가 늘 상상 속에서, 혹은 책속에서 만나던 공자의 묘를 눈앞에서 보게 되니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눈 앞에 공자와 그의 아들, 손자의 묘를 보게 된다. 공림은 그 엄청난 규모에도 놀라지만 수십만 그루의 고목들이 늘어서 있어 그대로 완벽한 식물원이다. 

  이러한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공묘, 공부, 공림 즉 삼공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전세계 수많은 이들이 방문하는 유적지이자, 중국인들에게는 정신적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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