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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중년 남자 Mar 15. 2021

중국기행 17

항주의 서호, 서호의 항주

  내 고향 수원에는 서호라는 이름의 멋진 호수가 있다. 서호라는 이름은 화성의 서쪽에 있는 호수라는 의미로, 정조 때 조성된 것이다. 그 서호의 남쪽에 항미정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흥미롭게도 소동파의 시구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어쨌든 그런저런 걸 보면 수원의 서호는 중국 항주에 있는 서호를 참조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백, 두보, 소동파, 백거이 등의 대문호들이 앞 다투어 서호의 아름다움을 노래했으니, 조선의 선비들에게도 서호는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으리라. 서호는 수원 8경 중 하나이고, 수원이 낳은 스타일리스트 화가 나혜석이 서호의 풍경을 화폭에 담기도 했다. 우리 집에서도 가까워 산책이나 운동을 하러 자주 가는 곳이다. 50여년 전 내 부모님이 데이트를 하며 거닐던 곳이기도 하다. 수원 서호는 그렇게 인근의 주민들에게 기꺼이 품을 내어주는 휴식과 힐링의 공간이다.   

     

  자, 이제 중국 절강성 항주에 있는 서호를 말할 차례다. 서호는 중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명성을 갖고 있는 호수다. 그 아름다움에 반해 역대의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서호를 찾아와 작품을 남겼고, 항주를 대표하는 관광 유적지이다. 송대의 대문호 소동파 역시 서호를 널리 알리는데 일조한 인물이다.      


  “하늘에는 천당, 땅에는 소주, 항주”라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도 이 구절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한 때는 2001년 가을이었다. 상하이에서 막 유학생활을 시작하던 그 가을의 어느 주말, 일본인 룸메이트와 항주행 장거리 버스를 탔다. 그때 내 나이 서른, 룸메이트는 스물이었다. 가끔 그 가을이 생각난다. 상하이는 넉넉하게 우리를 품어주었고, 이제 막 시작하는 유학생활은 비교적 순조로웠으며 날씨도 선선하니 좋아서 참 괜찮던 시절이었다. 새롭고 신선한 환경, 아직 충분히 젊었고 각자 큰 야망을 품었던 그 시절. ㅎ     

  항주에서 1박을 했는데, 숙소는 어떻게 구했는지 밥은 뭘 먹었는지 그런 건 거의 기억에 안 난다. 그저 선명한 것은 눈앞에 펼쳐진 서호의 수려한 풍경에 감탄했던 기억이다. 감탄할 준비는 하고 왔는데 그 이상으로 멋진 풍경이었달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좋고 맑아도 좋고 흐려도 좋으며 눈이 와도 좋고 비가 와도 좋다는 말이 뭔지 조금 알게 되었다고 할까. 연잎이 호수의 가장자리를 덮고 있었는데 그 또한 퍽이나 아름답고 낭만적이었다. 

  밤이 되어 호수 주위에 등이 켜지면 또 다른 느낌의 서호의 매력이 피어난다. 그날 오후부터 밤까지 호수 주위를 걷고 또 걸은 것 같다. 중간에 밥도 먹고, 이런저런 간식도 사먹었을 것이다. 아, 그리고 근처에 있는 명문 절강대에 다니는 여대생들을 알게 되어서 서호와 항주에 대해 여러 설명도 듣고 안내도 받았다. 이런 멋진 환경에서 대학을 다니니 좋겠다고 했더니, 자기들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서호에 대한 자부심을 내보이기도 했다.      


  그 이후로 졸업 때까지 여러 번 다시 항주와 서호를 찾았다.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항주는 서호로 인해 참 편안하고 포근한 도시, 아름답고 낭만적인 대자연으로 다가온다. 그래서일까. 많은 중국인들이 은퇴하고 살고 싶은 도시로 항주를 많이 꼽는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다음번에 항주에서 한 일주일 묵으면서 천천히 서호를 거닐며 다시 음미해보고 싶다.        


연잎이 뒤덮인 서호, 일본인 룸메이트와 함께

서호 근처에 위치한 절강대학 정문에서, 친절히 안내해준 절강대 학생들

서른, 청운의 푸른 꿈, 서호는 아름답고 연은 하늘 위로 높이 올랐다 ㅎ

상하이 황포강에서 뱃놀이 중 ㅎ

젊음을 불살랐던 상하이 푸단대 안 

양자강을 가로지르는 남경의 장강대교를 발로 건너며 장강의 거대함을 느껴보다 ㅎ

엄청난 규모의 대불상, 바다같이 넓은 무석 태호에 놀러가서

한국에서 놀러온 동갑 외사촌과 소주 졸정원에 갔을때

황포강 유람은 밤도 좋고 낮도 좋다 ㅎ 용머리 모양이 인상적

모든 과정을 마치고 귀국을 얼마 앞둔 초여름, 학과의 선생님, 동료들과 인근 수향마을로 나들이 갔을때,

아마도 주가각, 아니면 시탕, 항상 넉넉하고 푸짐했던 식사 자리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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