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을 걷다
북경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항구도시 천진, 고속기차로는 30분이면 도착이다. 북경, 상해, 중경과 함께 중국의 4대 직할시 중 하나로 엄청 큰 대도시다. 하지만 관광지로서 천진은 좀 애매하다. 하북성 석가장이 그렇듯 대부분의 외국 관광객들에게 천진은 북경으로 들어가기 위한 관문도시 정도로 인식되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도 인천에서 배를 타고 천진항에 내린 적이 여러 번이고, 출장차 천진에 위치한 대학을 찾아가기도 했지만, 따로 시간을 내서 관광차 천진을 둘러본 적은 거의 없고, 항상 바로 북경으로 이동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몇 년 전, 북경을 들러 상해로 내려가는 여정에서 이틀을 빼어 천진에서 주재원으로 살고 있는 친구를 보러 간 적이 있다. 그때 천진에서 2박을 하면서 처음으로 천진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 학생들 세 명과 같이 갔는데, 친구가 안내를 잘 해줘서 편하게 둘러보았다.
후, 북경의 대기도 장난 아니지만 겨울철 천진의 대기오염은 진짜 대단했다. 특히 늦은 밤과 이른 아침에 마치 물안개처럼 피어나는, 앞이 안보일 정도의 그 스모그는 강렬한 인상을 준다. 바닷가라 내륙인 북경보다 좀 나을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북경과 천진, 석가장의 겨울철 대기오염, 큰 문제다. 계속 개선되고 있으리라 믿어본다.
상해만큼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천진에도 과거 조계지역이 있다. 커다란 가로수 사이로 유럽식 건축물들이 서 있어 그 나름의 이국적 풍경을 보여준다. 마차를 타고 조계지역을 도는 코스가 있어 한번 타보았다. 자동차나 자전거가 아닌 마차를 타고 거리를 달리는 느낌은 또 색다른 것 같다. 근대 속을 걷는 느낌이랄까. 조계지를 둘러보고 서개 천주교당에 가보았다. 20세기 초반에 지어진 성당으로 프랑스식 건물이다. 웅장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또 성당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그날 저녁은 천진에서 꽤 큰 해산물 전문 식당에 가서 거하게 잘 먹었다. 홀도 큼직하고 룸도 널찍하고 역시 스케일에 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 나라가 중국이다. 음식도 야박한 법이 없이 늘 넉넉하다. 총 7명이 먹은 저녁식사 자리였는데 음식이 많이 남았다.
숙소로 가기 전 안마를 좀 받기로 하고 친구의 단골 가게로 향했다. 중국은 안마가 생활화 되어 있어서 부담없이 즐기기 좋다. 나도 유학시절 내내 안마를 즐겼고, 이후에도 중국을 다닐 때 자주 받는다. 전신안마로 한시간 정도 받고 나면 피로가 풀리고 아주 개운하다.
다음날은 천진고성과 수상공원을 둘러보았다. 둘째 날 이른 아침, 숙소 근처의 맥도날드에서 천진에서 일하고 있는 학교 제자를 잠깐 만났다. 영문학과를 다닌 중국 학생이었는데 내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고, 교환학생 추천서와 졸업 시에 도움을 좀 준 인연이 있다. 졸업 후 한국의 기업에 취업해서 중국으로 나간 케이스인데 마침 천진에 있다길래 연락이 닿았다. 출근하는 길에 들른 것이었는데 맥도날드에서 아침세트를 함께 먹으며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졸업해서 바쁜 직장인으로 사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색다르고 또 대견스러웠다. 선생의 보람은 바로 그런 것인 것 같다.
천진고성은 개항 이전 수도 북경을 방어하던 군사기지로서의 천진성을 후대에 복구한 것인데, 성 인근에 재밌는 가게들과 골동품들이 많아 천천히 둘러보면 재밌다.
수상공원은 놀이기구를 갖춘 복합 공원인데, 규모가 꽤 크고 한적한 느낌을 준다. 곳곳에 정자도 있고 조경도 잘 되어있어 편안한 기분이 든다. 복잡한 시내와는 완전 다른 이미지다. 아마도 천진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처 같은 역할을 하리라 본다.
천진을 떠나기 전 시내에서 훠궈를 맛있게 먹었고, 천진에 왔다면 빠뜨릴 수 없는 거우부리 만두를 몇 개 사가지고 천진 기차역으로 향했다.
100년된 성당, 서개 성당
천진 번화가
조계시절 건축물
천진 대형 해산물 식당에서
친구의 가족과 한 컷
천진을 떠나며 기차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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