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문 도시, 석가장
중국의 수도 북경은 직할시로 따로 독립되어 있지만, 북경을 둘러싸고 있는 성은 하북성이다. 그리고 하북성의 중심도시, 즉 성도는 석가장이다. 최근 석가장에서 코로나가 다시 대규모로 재발되어 언론에 여러 번 언급되기도 했다. 석가장은 아무래도 북경으로 가는 관문 도시 정도의 성격이 강한 것 같다. 직접 가서 둘러보기 전까지는 딱히 떠오르는 뭔가가 없었다. 북경으로 가는 관문, 그 관문이 뚫리면 수도가 위험하고 또 근처에 있는 또 다른 대도시 천진까지 여파가 있으니 석가장의 코로나 발생으로 당국이 바짝 긴장을 하는 것도 한편으로 이해된다.
개인적으로도 석가장은 늘 그렇게 북경으로 가는 여정에서 자연스레 지나치는 도시였다. 하북성의 중심도시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저 교통의 요지 정도로만 보고 따로 둘러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실제로 석가장을 관광으로 가는 경우는 드물 정도로 이렇다 할 유적지도 없다.
몇 년 전 학생들 몇 명과 중학교에 올라가는 조카와 떠났던 겨울 배낭여행에서 드디어 한번 석가장에 들른 적이 있다. 북경으로 가는 길목에서 즉흥적으로 결정한 여정이었다. 석가장에 대한 첫 인상은 좀 황량하다는 느낌이었다. 겨울이라 더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공기도 좀 매캐하고 회색빛 도시의 이미지가 좀 있었다. 그리고 중국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그런 경험은 또 처음이었는데, 외국인은 안 받는다며 자꾸 퇴자를 놔서 숙소 구하기가 꽤 힘들었다. 아니 어디 시골도 아니고 인구 천만에 가까운 대도시인데도 말이다. ㅋ 어찌어찌해서 한 호텔에 짐을 풀고 일단 숙소 주위를 좀 둘러보았다. 날도 춥고 휑한 것이 딱히 볼만한 뭐가 없었다. 일단 그날은 숙소에서 편하게 쉬면서 다음날 돌아볼 곳을 좀 찾아보았다.
다음날 아침,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한 천년고찰 융흥사를 찾아갔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한 시간 가까이 교외로 나갔다. 융흥사는 생각 이상으로 크고 멋진 절이었다. 그 웅장하고 기품 있는 모습에 마음이 정화된다. 추운 겨울날 아침, 관람객도 거의 없는 그 시간, 마치 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기분을 느낀다. 마음이 맑게 정화되는 느낌. 함께 간 학생들과 이제 중학에 올라가는 조카, 함께해서 더욱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닌가 싶다.
그 인근은 또한 삼국지의 영웅 상산 조자룡의 고향이었다. 허, 중국 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이렇듯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역사 속 인물과 떡 하고 마주한다는 점이다. 조자룡이 누구인가, 평생 영광의 삶을 살아낸, 중용의 미덕, 사대부의 미학을 잘 보여주는 인걸 중의 인걸 아니던가. 아마도 조자룡을 미워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그런 조자룡을 배출했으니 마을 사람들 모두 자부심이 대단하다. 1500년 전의 인물이 현재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다.
기대 이상으로 멋진 절 융흥사와 상산 조자룡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석가장은 충분히 한번 가볼만한 곳이다.
융흥사 가는 버스 기다리는 중
사랑하는 조카와 함께
이른 겨울 아침 기품있는 융흥사에 서니, 마음이 정화된다
함께여서 더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
천년고찰, 융흥사
융흥사 근처의 식당에서 점심
그리고 또 한끼의 식사
북경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조카와 함께
좋은 일만 가득해라!, 벌써 대학생이 된 조카
시선을 압도하는 규모와 정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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