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유하는 중년 남자 Mar 03. 2021

중국기행 14

관문 도시, 석가장

  중국의 수도 북경은 직할시로 따로 독립되어 있지만, 북경을 둘러싸고 있는 성은 하북성이다. 그리고 하북성의 중심도시, 즉 성도는 석가장이다. 최근 석가장에서 코로나가 다시 대규모로 재발되어 언론에 여러 번 언급되기도 했다. 석가장은 아무래도 북경으로 가는 관문 도시 정도의 성격이 강한 것 같다. 직접 가서 둘러보기 전까지는 딱히 떠오르는 뭔가가 없었다. 북경으로 가는 관문, 그 관문이 뚫리면 수도가 위험하고 또 근처에 있는 또 다른 대도시 천진까지 여파가 있으니 석가장의 코로나 발생으로 당국이 바짝 긴장을 하는 것도 한편으로 이해된다.  


  개인적으로도 석가장은 늘 그렇게 북경으로 가는 여정에서 자연스레 지나치는 도시였다. 하북성의 중심도시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저 교통의 요지 정도로만 보고 따로 둘러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실제로 석가장을 관광으로 가는 경우는 드물 정도로 이렇다 할 유적지도 없다.  

    

  몇 년 전 학생들 몇 명과 중학교에 올라가는 조카와 떠났던 겨울 배낭여행에서 드디어 한번 석가장에 들른 적이 있다. 북경으로 가는 길목에서 즉흥적으로 결정한 여정이었다. 석가장에 대한 첫 인상은 좀 황량하다는 느낌이었다. 겨울이라 더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공기도 좀 매캐하고 회색빛 도시의 이미지가 좀 있었다. 그리고 중국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그런 경험은 또 처음이었는데, 외국인은 안 받는다며 자꾸 퇴자를 놔서 숙소 구하기가 꽤 힘들었다. 아니 어디 시골도 아니고 인구 천만에 가까운 대도시인데도 말이다. ㅋ 어찌어찌해서 한 호텔에 짐을 풀고 일단 숙소 주위를 좀 둘러보았다. 날도 춥고 휑한 것이 딱히 볼만한 뭐가 없었다. 일단 그날은 숙소에서 편하게 쉬면서 다음날 돌아볼 곳을 좀 찾아보았다.      


  다음날 아침,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한 천년고찰 융흥사를 찾아갔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한 시간 가까이 교외로 나갔다. 융흥사는 생각 이상으로 크고 멋진 절이었다. 그 웅장하고 기품 있는 모습에 마음이 정화된다. 추운 겨울날 아침, 관람객도 거의 없는 그 시간, 마치 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기분을 느낀다. 마음이 맑게 정화되는 느낌. 함께 간 학생들과 이제 중학에 올라가는 조카, 함께해서 더욱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닌가 싶다.


  그 인근은 또한 삼국지의 영웅 상산 조자룡의 고향이었다. 허, 중국 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이렇듯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역사 속 인물과 떡 하고 마주한다는 점이다. 조자룡이 누구인가, 평생 영광의 삶을 살아낸, 중용의 미덕, 사대부의 미학을 잘 보여주는 인걸 중의 인걸 아니던가. 아마도 조자룡을 미워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그런 조자룡을 배출했으니 마을 사람들 모두 자부심이 대단하다. 1500년 전의 인물이 현재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다.      


  기대 이상으로 멋진 절 융흥사와 상산 조자룡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석가장은 충분히 한번 가볼만한 곳이다.    


융흥사 가는 버스 기다리는 중

사랑하는 조카와 함께

이른 겨울 아침 기품있는 융흥사에 서니, 마음이 정화된다

함께여서 더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

천년고찰, 융흥사

융흥사 근처의 식당에서 점심

그리고 또 한끼의 식사

북경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조카와 함께

좋은 일만 가득해라!, 벌써 대학생이 된 조카

시선을 압도하는 규모와 정교함

이전 14화 중국기행 13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