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유하는 중년 남자 Feb 18. 2021

중국기행 13

아버지와 떠난 중국여행2

  곡부, 말 그대로 과거로의 여행이다. 유교문화권에 사는 우리에게도 공자의 존재는 크다. 그때 나는 곡부를 3번째 가는 터라 그리 새로울 건 없었지만, 언제가도 곡부가 주는 거대한 느낌이 있다. 그리고 중국에 가는 우리 한국인들도 아마 꼭 한번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 아닐까 싶다. 내 아버지도 곡부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으셨고 꼼꼼하신 성격답게 작은 수첩에 곡부의 여러 유적에 대해, 그리고 그에 대한 소회를 자세히 적으셨다. 곡부에는 공씨들이 모여 산다. 우리가 하루 묵은 그 숙소의 주인도 자신이 공자의 몇 대손이라는 설명을 숙소 한쪽에 크게 써놓고 있었다. 청도가 현대적 느낌이 물씬나는 대도시라면, 곡부는 말 그대로 까마득한 과거로의 한바탕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 곡부를 둘러본 우리는 이제 산동성의 성도 제남을 찾아가 제남이 가진 여러 유적들을 살펴보았다. 예컨대 대명호, 표돌천 등등, 그리고 황하에서 잡은 잉어요리 같은 유명한 지역요리도 맛보았다. 그런데 중국 요리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하자면, 중국을 전공하고 중국에서 몇 년 살아본 나 역시도 중국의 다양한 음식들을 생각처럼 그렇게 잘 즐기지 못한다. 겪어보니 입맛이란 것이 꽤 보수적인 것이라 음식 천국 중국의 음식을 현지인처럼 모든 요리를 맛있게 즐기긴 어렵고, 대개 자주 먹는 음식을 시켜 먹게 되는 것 같다. 모처럼 아버지 모시고 요리의 나라 중국에 왔으니, 다양한 음식들을 아버지께 대접하고 싶었지만, 예상대로 아버지께도 중국음식은 전반적으로 너무 느끼하고 향이 강한 것이었다. 잘 먹어야 힘을 내서 다닐 수 있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아버지의 체력이 좀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 입맛에 잘 맞는 음식 위주로 먹었고 한국 식당이 보이면 자주 가서 먹었다.         

  제남 여행을 마무리하며 베이징 쪽으로 올라갈 것이냐, 남쪽인 상하이 쪽으로 갈 것이냐를 의논했다. 아무래도 겨울이고 차가운 날씨니 남으로 내려가자고 결정했다. 내려가면서 서주와 합비, 남경을 들렀다. 자, 서주는 강소성, 합비는 안휘성에 위치한다. 알다시피 중국에서 성이 중요 행정단위인데 인구 1억이 넘는 성도 여럿이다. 한 개의 성이 우리 한반도 전체 면적보다 큰 데도 있다. 성 안에 있는 도시끼리는 교통편이 아무래도 더 잘되어 있고, 성을 넘어 다른 성으로 가려면 거리도 그렇고 교통편도 그렇고 꽤나 발품을 팔아야 한다. 그런데 강소성 서주를 보고 바로 안휘성으로 건너 뛰었으니, 나중에 생각해보니 효율은 좀 떨어지는 여정이었던 것도 같다. ㅋ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가고 싶은 대로 가는 여행이니.     


  서주와 합비는 일단 삼국지를 통해 많이 들어본 곳이다. 서주에 대해 받는 느낌은 개봉이 그런 것처럼 사통팔달, 교통이 아주 발달한 도시라는 점이다. 동서남북 곳곳으로 교통편이 잘 연결되어 있다. 아마 삼국지 그 시대에도 그런 교통의 요충지로 기능했을 것이다. 반면 유명 관광지가 많아 외지에서 많은 관광을 오는 도시는 아닌 것 같다. 1박을 하며 가볍게 둘러본 서주는 삼국지 관련 유적보다는 한나라 관련 유적지들이 많았다. 예컨대 한왕들의 묘가 여럿이었고, 초한지의 항우가 초패왕이 되어 근거지로 삼았던 곳이기도 하여 그 흔적들이 남아있다. 합비로 떠나는 장거리 버스표를 사러 간 정류장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도둑맞았다. ㅋ 중국 어디든 기차역이나 정류장은 늘 엄청난 인파라 소매치기가 흔하다. 배낭, 짐 챙기고, 아버지 챙기고 표사고 뭐하고 정신없었으니 카메라 없어진 것도 한참을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그래서 아쉽게도 그때 그 여행에 대한 사진이 없다.  


  합비는 확실히 삼국지의 흔적이 강하다. 대표적으로 위의 명장 장료를 기념하는 소요진 공원이 유명하다. 소요진은 장료가 800의 군사로 손권의 10만 대군을 막아낸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명교사라는 절도 오나라 수군을 막기 위해 활을 많이 설치했던 곳으로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합비에서 또 한명의 역사인물을 우연히 만났는데, 바로 송나라 포청천이었다. 합비에서 포청천을 다시 만날 줄은 몰랐는데, 포공의 고향이 합비인 모양이다. 그를 기리는 사당인 포공사에도 늘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시공을 초월해 존경과 사랑을 받는 인물이니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포공사를 거닐며 아버지와 포청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도 참 좋았던 것 같다. 합비를 거닐 때 확실히 남쪽이라 봄기운이 물씬 났던 기억도 난다.      


  서주, 합비를 돌아본 뒤 익숙한 남경과 상해를 차례로 둘러보았다. 거대한 유적들이 많은 남경은 역사적, 문화적인 포만감을 안겨주는 곳이고, 첨단의 대도시 상해는 중국의 근현대를 체험하게 해주는 곳이다. 남경이나 상해는 내가 유학하던 시절, 그리고 졸업식 때도 온 가족이 와서 며칠씩 돌아본 적이 있어 아버지에게도 좀 익숙한 곳이다. 그렇게 남경, 상해에서 며칠을 보낸 뒤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보름 만에 돌아온 한국, 인천공항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때 사람들의 얼굴이 대개 다 밝았던 것 같은데, 바야흐로 곧 설연휴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이전 13화 중국기행 1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