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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도 느껴진 아픔

그래도 나란히 걸었던 장면이 따듯한 기억으로 남아 나를 달랜다.

by 윤지아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학교에서 성신여대입구역으로 내려오는 언덕길이다.

장소는 학교지만 하굣길이 아닌 퇴근길인 것 같다. 확실히 퇴근길이다. 학교에서 나온 건 아니고, 어떤 고층 회사 건물에 있다가 나온 기억이 난다. 물론 꿈속기억이다.


급경사를 홀로 내려와 평지로 접어들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기다리고 있던 네가 옆으로 다가와 걷는다.

정말 오랜만에 꿈에서 만난 거지만, 꿈속의 나는 그 점을 의식하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어색하거나 떨리거나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자연스러운 동행인 듯 가던 길을 함께 걸었다.


그 아이와 나란히 걸었던 게 언제가 마지막이었을까.

역시 지난번꿈처럼 우리는 또 아무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걷다가 우리는 어느 2층 건물에 있는 작은 소품가게로 올라간다.

계단은 좁았지만 둘이 나란히 올라가기에는 충분한 너비이다.

몇 계단 올랐을까, 갑자기 급격한 어지러움을 느낀다.

생각해 보니 잠들기 직전까지 위염으로 몸이 아파 어렵게 잠든 게 기억난다. 그마저도 깊이 잠들지 못해 이런 풍경을 마주했지만, 몽롱한 이 기분이 더 익숙하다.


두어 계단을 나란히 올라가다, 결국 중심을 잃고 휘청였다.

어쩔 수 없이 그 아이의 팔을 잡아 간신히 걸음을 이어갔다.

아주 잠깐 꼈던 그 팔짱을 난 의식 해 버렸다. 설렘보다는 가슴이 저린 느낌이다. 이것도 잠들기 전 겪은 위통증 때문일 것이다.

꿈속 그 아이도 이런 내 스킨십을 의식했을까.

그 아이는 아무 감정의 미동도 없이 오르던 계단을 차분히 오른다.

몇 걸음 더 오르자 다시 어지러움이 심해져 다시 한번 그 아이의 팔을 붙잡았다.

“..... 미안..”

나지막한 내 말에 그 아이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다.

괜찮냐는 말 한마디 없다.


소품샵에 들어와 이것저것 구경하며 평온한 그 아이의 표정을 살핀다.

아니 내가 이번 꿈에서는 네 얼굴을 보긴 했던 걸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더 이상 나를 걱정해 주지 않는 네 모습을 보며 사뭇 서운하고 서러웠을 뿐이다.

그 슬픈 감정이 꿈을 넘어 가슴의 통증으로 남아버렸다.


아주 작은 내 눈빛의 흔들림만으로도 내 상태를 알고 걱정해 주었던 네가 떠오른다.

눈빛만으로 모든 걸 읽어내었던 그 마법이 풀렸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이제는 꿈에서조차 그 마법을 재현해 내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꿈에서 깬 후에도 여전히 아프다.

그리고 마음까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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