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받은 순간에 대한 꿈의 각색
나는 침대가 여러 개 놓인 기숙사에서 눈을 떴다.
오늘 회의 때 나는 5학년 담임을 맡기로 했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기숙사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직 어두운 기숙사 내부 천장으로 누군가 아래에서 쏘는 빔이 오색빛으로 은은하게 흐드러진다.
아직 일어나지 못한 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우연히 바라본 그 천장의 불빛에 순간적으로 몇 가지 메시지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우리 사귀자"
힘내라는 몇 가지 희망적인 메시지들이 지나가고 마지막에 뜬 짧은 문장.
기숙사 내 다른 사람들을 향한 메시지인가 싶다가, 혹시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일까 궁금해져서 급하게 창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헌신적인 내 남편이 웃으며 내 방 창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나 한결같이 나만 바라봐준 남편과 올해 결혼 8주년이다.
게다가 올해는 처음 만난 지 20주년이 되는 해.
같이 육아하며 티격태격하다 보니 처음의 그 설렘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꿈에서 마주한 남편은 여전히 20년 전 그대로 자상한 얼굴이다.
부끄러움이 많았던 남편은 처음 사귀자고 한 고백조차 문자로 전송했더랬다.
그것도 밤새 문자를 주고받다가 새벽 2시경이 다 되어서 말이다.
그때의 그 벅찼던 새벽을
잊고 있던 그 설렘을
이렇게 꿈에서 각색하여 마주하고 보니 참 아련하고 새롭다.
오늘 아침.
먼저 출근하는 나에게 마스크니, 패딩조끼니 이리저리 챙겨주는 남편을 보니 새삼 20년 전보다 더 멋있는 것 같다.
직장생활의 첫 시작을 앞둔 장면 속 남편의 고백의 꿈을 통해
행복이란 가까이 있다는 걸.
그토록 원하는 꿈은 이미 다 이루었다는 걸.
결혼생활도 직장생활도 지금 더할 나위 없다는 걸.
내 무의식은 나에게 잔잔히 알리고 싶었던 것일까.
우리가 사귄 날이 있는 2월.
한 해를 시작하기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 할 우리의 처음의 시작.
오늘까지 이어온 우리의 동행에 감사하고, 또 행복하다.
풀리지 않은 궁금증 :
그런데, 왜 난 5학년 담임을 맡았던 걸까?
심지어 내 직업은 교사도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