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인연이 아니라 하지 마오.
햇볕이 지독히도 따갑던 그 해 여름
내리지도 않을 소나기에 대비해 큰 장우산을 거추장스럽게 들고 다니던 그 모습에 빙그레 웃던 나를 기억한다면
출근길 갑자기 마주한 소나기에 뜬금없이 그때 그 장우산이 떠올랐다면
스쳐 지났다고 해서 인연이 아니라 하지 마오.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인연이 아니라 하지 마오.
노래방에서 한껏 멋들여 불러주던
그러나 의외로 못 부르던 그 노래실력에 진지한 척 들으며 웃음을 참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면
근무 중 이어폰에서 흘러나온 그때 그 음악에 괜히 일에 집중할 수 없어 당황스럽다면
스쳐 지났다고 인연이 아니라 하지 마오.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인연이 아니라 하지 마오.
업무 미팅 자리에서 마주한 거래처 직원의 목소리가 그 사람과 닮아
나도 모르게 가슴 한편이 뭉클하게 뜨거워졌다면
스쳐 지났다고 인연이 아니라 하지 마오.
넓은 세상 속 나에게 와 잠깐이라도 머물어준 그 사람에게
남은 인생 감사하며 고마운 인연이다 여기시오.
두 번 다시 못 마주 할 내 청춘을 그리워 말고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그 사람이 간직하고 있을 내 청춘이 아직 살아있음을 느껴보시오.
인연이었다오.
순간이었지만, 남은 인생 영원히 내 기억 속 함께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