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VS 전업맘 뭐가 더 힘들어요?

오늘 하루도 멋지게 해 낸 워킹 맘&대디에게

by 윤지아

"워킹맘 VS 전업맘 뭐가 더 힘들어요?"

쓰레드에 검색해 보면, 이 화제로만 엄청난 댓글 토론을 볼 수 있는데

정말 신기한 점은 모든 댓글이 다 맞는 말이라는 것이다.

맘카페의 최장댓글 주제로 "둘째 낳아라 말아라 해주세요" 다음으로 버금가는 핫이슈이다.


일단 저 질문에 대하여 나는 질문의 전제부터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워킹맘 전업맘 뭐가 더 힘드냐는 게 문제가 아니다.

둘 다 살 수가 없다......-_-


워킹맘은 시간이 없어서, 전업맘은 돈이 없어서


일단 이게 가능한 직무들이 분명 존재할 것 같다.

공무원이라던지, 프리랜서라던지, 파트타이머라던지.

그런데 기업 법무팀 11년차이자, 6세 아이의 엄마로서 워킹맘 vs 전업맘 중 뭐가 낫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난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Q.

워킹맘이 나아요?

전업맘이 나아요?


A.

아 둘 다 불가능합니다. 둘 다 제대로 살 수가 없어요.

Gemini_Generated_Image_9bkth19bkth19bkt.png 법무팀 조수 제미나이에게 워킹맘과 전업맘의 모습을 그려달라니까 이렇게나 적나라하게 그려주었다.




눈치보기는 여성근로자의 숙명인가


임산부 전기간 재택근무가 가능했던 기업문화 만족도 최고였던 회사에 약 1년 정도 다녔을 때 아이를 가졌다.

대부분 MZ세대 젊은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대표조차 88년생으로 젊은 축에 속했다.

그 회사를 다니기 이전 꼰대회사들만 다녔어서 그런지, 보고 배운 건 임신소식 최대한 늦게 말하기와, 눈치를 줘도 익숙해지기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임신소식을 전하고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어느 날 팀 전체회의시간

내가 먼저 회의실에 앉아 팀원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팀원들이 케이크에 불을 켜고 들어오는 게 아닌가.... 그것도 맨 마지막에 들어온 사람은 무려 대표였다. 환한 얼굴로 축하해 주면서 말이다.

케이크에는 우리 아이 태명으로 제작한 토퍼까지 꽂혀있었고 난 너무 놀라 입이 떡 벌어졌다.

이건 감동을 뛰어넘어 문화충격이었다.

이게 한국이 맞나?

그들은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고, 전기간 재택근무 혜택을 알려주며, 팀 점심회식이 있는 월 1회 정도만 나와서 점심정도만 같이 먹자고 했다.

내 몫으로 잡혀있는 팀 비용을 자신들이 다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식적이고 공정한 회사가 사실 너무 당연한 건데 왜 감동인 걸까.


아직도 대부분의 회사들이 여성근로자의 임신과 출산에 대하여 인력의 공백으로만 받아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좋은 기업문화를 가진 회사를 다닐때 임신기간을 보낼 수 있어서 정말 축복이었지만, 생각해보면 여성근로자로서 느낀 불편한 시선은 임신/출산 때만이 아니었다.

2-30대 내내 이직을 해 본 결과, 삶의 중요한 시기마다 면접 질문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질문을 받았다.


20대 후반 ~ 30대 초반까지 :
혹시 1년 이내 신변의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으신가요? (또는 대놓고 결혼 예정이신가요?)
결혼 이후 :
(자녀가 없을 시) 자녀계획이 있으신가요?
(자녀가 있을 시) 애는 누가 보나요?, 애가 있는데 야근은 가능하신가요?
(자녀유무 관련 없이) 우리 회사는 1박 2일 출장이 많은데, 가정이 있는데 가능하세요?


이런 불편한 질문들은 왜 여자들만 받는 것일까.

뼛속 깊이 여자로서 이 나라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것에 대하여 피해의식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 워킹맘으로서의 직장생활은 말 그대로 눈치보기 그 잡채이다.



모두에게 미안한 불편한 현실


출산 후 그 신의 직장 같았던 곳을 관두고 아이에만 집중하여 30개월까지 가정보육을 했다.

그 좋은 직장을 관둔 이유는 법무의 부작용인지 모르겠지만 이 작고 연약한 아이를 남에게 맡기는 것이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아서다.

내 손으로 직접 책임 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렇게 아이 돌보기를 업무처럼 했다.


아이는 자라 슬슬 걸어 다니고 꽤 말을 할 때 즈음, 다시 나에게도 좋은 잡 오퍼가 들어왔다.

오랜만에 법무팀에 복귀하여 보니, 바뀐 법령에 새로 생긴 프로그램 툴은 왜 이렇게 많은지 정신이 혼미했다.

게다가 법무는 매번 집중하여 생각하고, 고민하고, 계속 공부를 해 나가야 하는 일이다.

끊겼던 커리어를 이어나가기 위하여 난 전보다 더 배로 노력해야 했다.

심지어 이제 나이가 나이인지라 C레벨로서의 책임감까지 막중해져 버렸다.


그런데...

꽤 키워놨다고 생각한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의 하루는 어떨까.

등하원 및 각종 준비물, 숙제 챙기는 일은 만만치 않은 1인분의 삶이었고, 모든 과정에 다 세심한 돌봄이 필요했다.

육아를 일처럼 했던 내가 복직을 하고 나니 느낀 가장 첫 느낌은


그냥 직무가 두 개 있는 느낌


법무와 육아

하나도 집중하기 힘든데, 둘을 병행하기엔 거의 매일 현타가 왔다.(아니 온다. 현재진행형이므로)

결국 본의 아니게 난 모든 사람에게 미안해져 버렸다.


아이에게는 엄마가 직접 못 챙겨줘서 미안하고
엄마에게는 호강은 못 시켜드리고 애 봐달라고 해서 미안하고
남편에게는 집안일과 육아를 많이 떠넘겨서 미안하고
회사에는 업무가 바쁘더라도 제시간에 가야 해서 미안하고


워킹맘이 육아와 회사를 만족스럽게 병행할 수 있으려면, 일단 아이의 등하원 시간에 맞는 출퇴근 시간과 초과 근무가 없어야 한다.

근데 이러면 기업법무는 고사하고,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밖에 선택지가 남는 것이 없다.

지금은 유치원이라 그나마 어찌어찌 버티지만, 커리어의 무덤이라는 초등학교 진학이 벌써부터 무서워진다.




어제도 무거운 마음으로 퇴근하며 지하철에서 한 브런치 글을 읽었다.

워킹대디인(이 용어가 참 어색하게 느껴진다) 변호사님의 글이었는데, 야간에 갑자기 업무호출을 받아 출근을 하며 아이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셨다는 짧은 글이었다.

그 글을 읽고 이상하게 난 큰 위로를 받았다.

결국 워킹맘이냐 대디냐를 떠나서,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들 모두가 직장과 아이에게 똑같이 충실하고 싶은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공감이 느껴져서다.


결국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건가보다.

내 커리어를 지키고, 내 아이와의 시간을 보내는 것, 두 가지 모두에 만족할 만큼 에너지를 쏟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게 일하는 엄마이든, 아빠이든 똑같이.

이럴 바엔 <워킹맘>이란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의미에 집중하기보다,

"두 가지 일을 잘 해내려 노력하는 사람"으로,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고,

죄책감을 덜어내고, 오늘 해낸 소소한 작은 성공들에 뿌듯함을 느껴보는 게 낫겠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 제시간에 업무를 끝내고 칼퇴를 했네, 얼른 집에 가서 아이랑 놀아줘야지.
퇴근 후에 아이에게 책을 두권이나 읽어주다니 성공적이야!
그래도 이번 주에 빨래를 두 번 이상 돌리는 데 성공했다!
오늘 계약서 검토의 정확성과 속도는 역대급이었어!


부족하고 못해낸 시간들에 대한 죄책감에 집중하지 말고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낸 나 자신의 작은 성공들에 집중하자.


나의 커리어, 나의 아이, 나의 주변사람에게 입혀질 상처는 걱정 말고, 일단 나 자신의 마음부터 지키자.

그게 먼저이고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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