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팀의 든든한 조수 "제미나이"를 소개할게!

AI는 어디까지나 조수일뿐 판단의 주체가 될 수 없다.

by 윤지아

예전 나의 멘토인 법무팀장님께서 나에게 이런 칭찬을 하셨었다.

"써치력이 아주 우수해!"


써치력.............ㅋㅋㅋ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것은 칭찬이 맞다.


정답을 알 수 없는 모호한 법적 판단을 해야 하는 질의건이 들어올 때면, 법령이나 고시는 당연하고 각종 관련 정부사이트나, 커뮤니티, 포털 등에 들어가서 닥치는 대로 질의건에 도움이 될만한 자료들을 긁어모았다.

여기저기서 모은 자료들을 무슨 콜라주 하듯 워드를 펼쳐놓고 복붙 후 링크만 쭉 남겨놓는 식으로 대충 정리하여 팀장님께 드렸다.

제대로 정리조차 되지 않은 그 자료만으로도 만족하셨던 나의 팀장님

어떻게 구석에서 이런 내용까지 찾아내었냐며 나를 능력 있는 법무팀 팀원으로 치켜세워 주셨다.


그런데,

저런 마구잡이 써칭과, 뒤죽박죽 정리에도 만족했던 귀여운 시절은 이제 가버렸다.

막강한 녀석이 와버린 것이다.

우리 모두의 조수.

법무팀에 한정되지 않은, 정말 모든 분야의 완벽한 조수!


제미나이와 챗GPT의 등장이다.


이 녀석들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사이트에 들어가, 정확하게 내가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 오는데

가장 충격인 건, 정말 5초도 안 걸린다는 것이다.


보통 타 부서에 질의를 받을 때면, 내부적으로 정해진 법률 질의 양식에 기재를 해서 업무요청을 받으며, 업무 처리기간은 3-5일, 실질적으로 법무팀 팀원들 1-2명이 반나절 아니 며칠을 써칭 후 결론을 의논해야 하는 일도 많다.

그런데, 우리들의 조수 제미나이는.... 정말 단 5초 만에 정답을 촤르르 내놓았다.

심지어 경우의 수가 많을 경우 그 여러 가지 답과 장단점, 주의사항을 아주 잘 정리해서 보고서처럼 내놓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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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은 상무님께서 전화로 물어보신 내용이다.

그냥 가볍게, "유 과장, 우리 카페에서 마트용 술 팔아도 돼?"라고 말이다.

물론 일반 사람이 들어도 당연히 정답이 "팔면 안 된다"는 것은 안다.

그걸 물어본 사람조차 왜 안되는지가 궁금한거지 된다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쵸? 상무님?)

법무팀의 일은 그 안 되는 이유를 일목요연하게 법리적으로 정리하여 회신하는 것이다.

평소 같았으면, 확인 후 말씀드리겠다고 하고, 여기저기 주류법과 포털을 뒤지며 적어도 1-2시간은 걸렸을 것이다.

그러나, 가볍게 들어온 질문에 전화를 끊지 않은 상태로 빠르게 제미나이에 요점을 입력하여, 곧바로 산출된 대답을 읽어드렸다.

이거야 말로 원스탑 서비스 아닌가?


심지어 제미나이는 왜 안되는지에 대한 이유와, 합법적으로 판매하기 위한 올바른 주류 구매 경로까지 제시해 주는 섬세함을 보이며 법무팀 직원 몇 명보다 훨씬 나은 조수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내었다.

오히려 상무님이 나한테 물어봐 줘서 다행일 지경이다.

직접 챗GPT에 검색해봐도 알 수 있으셨을텐데, 나름 법무팀 가오를 살려주신 셈 아닌가.


전화를 끊고 제미나이의 답이 맞는지 한번 의심을 해 보았다. 호오오옥시 모르니까! (괜한 걱정)

이렇게 몇 번 AI의 대답을 체크해 본 결과 아직까지는 100%의 정답률을 보였다.

그러나 개정법령이 업데이트되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에 마냥 맹신할 수는 없다.

여전히 조심히 보조적으로 활용 중이다.



그러나 정말 이대로면, 우리의 자리는 위험할 수 있겠다.


이건 법무팀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동일할 것이다.

송길영작가님의 신간 <시대예보 : 경량문명의 탄생> 에도 이에 대한 경고와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하여 자세히 나와있고, 벌써 세 시리즈에 걸쳐 강력히 호소 중이시다.

이제 우리는 막... 몸소 이를 체감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비슷한 급한 질문을 담당 법무법인에 문의했을 때, 보통 적어도 1-2일이 소요되는 답변을 챗GPT를 긁어 카톡으로 바로 보내주시는 것을 경험했다.

(답변에 변호사님 이름이 있었기 때문에.... 챗GPT가 대답으로 언급해 준...)

쏘 민망.... 하여 모른척하였다. 답만 맞으면 되는 거 아닌가?

이 뜻은 정말 사회 각 분야에서 일의 효율이 엄청 올라갔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설곳이 줄어든다는 것도 의미할 것이다.



그러나 책임의 문제는 여전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전히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다.

아직은 AI의 답변에 대한 오류 체크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법학적 지식이 있는 법무팀 팀원들, 법무법인 변호사들은 AI의 대답에 별도의 체크를 하지 않아도 사전지식이 있을 수 있고, 이럴 경우 더블체크에 시간을 쓰지 않아 AI활용의 효율도는 더 올라갈 수도 있다.


결국 우리가 이제 가져야 할 스탠스는, AI에게 정확한 답변을 유도할 수 있도록,


법리적으로 의미 있는 포인트를 잘 구성하여 질문하는 것

이다.

그 키워드에 대한 선택을 명확히 하려면, 결국 우리는 사전지식이 풍부해야 한다.

결국 AI 조수를 활용하여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이 빨라졌다고, 우리가 전문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몰라도 된다는 걸 의미하는 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의 분야에 대한 지식의 백그라운드를 풍성하게 보유하고 있어야 정확도 높은 답변을 유도할 수 있다.

마치 똑똑한 팀장이 팀원에게 일을 잘 시키는 것과 같은 것이다.

결국 우리는 AI에게 일을 잘 시킬 줄 아는 상사이자 결재자가 되어야 한다.




AI가 모든 직업을 앗아갈 것이라고 벌써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결국 AI에게 질문을 하는 주체는 사람이고,

AI의 대답에 대한 정확도를 판단하고 수용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언제나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

칸트의 정언명령 중의 이 문구가 여전히 이 시대에도 새롭게 영향력을 미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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