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플랫폼의 "단골손님" 공고는 피하라

그 포지션은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by 윤지아

이런 말을 꽤나 듣는다.

인사팀은 사측인데, 법무팀도 한통속이죠?

사실 이 질문에 난 단호하게 말한다.

그건 인사팀이냐, 법무팀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개인의 직업윤리의 문제다.

담당자의 직업윤리에 따라 "한통속"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무적으로 직원과 맞설 때가 있다.

그러나 난 그때 누구의 편을 논하기 앞서 한 가지 전제를 명확히 한다.

누구의 행동이 위법한가

만약 직원이 위법행위를 했다면, 당연히 사측에 서서 바로잡으려 할 수 있는 조치를 할 것이다.

그러나 회사가 위법행위를 하는 상황이라면 나는 회사에 쓴소리를 날리고 강제로 진행할 경우 생길 리스크에 대하여 경고한다.

이게 법무팀의 직업윤리다.(아니 응당 그래야 한다.)

그러나 이 글을 읽고 찔리는 법무팀 팀원이 있을 것이다.

아니 찔린다기보다는 비웃을 것이다.


'네가 사회생활을 덜했구나.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위법한 거 따지기 전에 회사가 시키는 대로 해야지.

누가 그걸 모르냐? 법무팀이기 이전에 월급쟁이다.'


이런 법무팀 분들도 분명 있다.

그리고 난 그들의 어쩔 수 없는 판단에 대하여 비난하지는 않는다. 회사원으로서 충분히 이해한다.

이것은 그냥 개인의 아니, 나의 성향이다.

나는 법을 전공하고, 법무팀으로 취직한 명확한 직업윤리가 있기에 이런 타협은 할 수 없다.

억지로 타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닥치게 된다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비변호사지만 난 법무팀이라는 이름만큼이나 정의의 아이콘이다!(v)

너무 곧아서 부러진 적도 있지만, 팽당할지언정 할 말은 해야 하고, 그것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내 입장에서는 직무태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에서 이상하게 나와 성향이 비슷한 내 동료들은 이직이 참 잦다.

우리의 이직은 이런 이유인 것이다.


내 직업윤리를 지키기 위해서.
회사의 위법행위들에 대하여 묵인할 수 없어서.


단순히 연봉을 올리거나, 근무조건의 향상을 위해서보다 사실 이 이유가 더 크다.



아니 거기 법무팀 공고가 또 떴어?


사람인, 잡코리아, 잡플리넷 등등 법무팀 공고를 보다 보면 매년 올라오는 단골손님들이 있다.

이 단골손님들은 어쩌면 연단위가 아니고 월단위로 뜰 때도 있다.

법무 동료들과 공고를 공유하면 이미 우리끼리 수건 돌리기 하는 기분이 들정도로 이 직무 종사자들이 적다.


이 수건 돌리기의 프로세스는 이렇다.

1. 이미 한번 그 회사를 경험해 본 법무동료가 퇴사 후 " 야 거기 절대 쓰지 마!"라고 함.
2. 우린 다른 법무 동료들에게 이 정보를 전달
3. 그러다 보면 그 법무 공고에는 괜찮은 법무 담당자들은 대부분 지원하지 않음.
4. 마음에 드는 담당자를 뽑지 못한 회사는 또 공고를 올림.
5. 어쩌다가 정보가 없어 우연히 입사하게 된 직원이 있다 하더라도, 6개월 컷으로 퇴사.
6. 그럼 공고는 다시 올라옴.

이런 식으로 네버엔딩이다.


이렇게 턴오버가 심한 회사는 사실 이미 업계에 소문이 쫙 퍼져있기에 아무도 가지 않는다.

회사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알 턱이 없다. 아니 내부직원이나 헤드헌터가 안다 하더라도 내부적 원인이 되는 불합리한 구조라던가, ㄸㄹㅇ 임원의 보유, 불법행위, 지나치게 큰 리스크 등은 해소되지 않는다.


이런 곳은 피해야 한다.

현재 회사의 부당함을 피해 도망쳐 옮긴 곳이 더 나쁜 곳이면 억울하니까!

그 수건 돌리기에 당첨되면 안 된다.



우리가 바라는 건 그저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회사다.


사실 우리도 이직을 자주 하기 싫다.

한 곳에서 편안히, 익숙한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

우리가 이직을 자주 고민한다는 건, 사실 세상이 너무 불법적인 거 투성이란 것이다.


이건 회사의 영역에서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냥 사회가 그런 것이겠지...

가끔은 이 나라에서 법을 배웠다는 것 자체에 자괴감이 몰려올 때가 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해 봤자, 난 계란으로 바위 치기의 계란조차 되지 못한다는 것.

그저 이렇게 욕하며 또 다른 유토피아를 찾아 기대하며 떠나는 것이 우리가 고작 할 수 있는 행위이다.


어쩌면 법무팀은 부당하고 비상식적인 회사를 정당하고 상식적으로 바꿔줄 필터가 되어줄 부서이다.

그러나 우리의 목소리에 힘이 없고, 회사가 이를 개선할 생각이 없다면 그냥 법무팀 없이 가라고 하고 싶다.

진정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회사의 리스크를 줄여주기를 원하는 회사에서 우리를 필요로 하길 바란다.


자신들의 불법행위를 합법화하기 위하여 네버엔딩 공고를 띄워봤자,

어차피 그곳엔,

진짜 법무팀의 역할을 할 사람은 가지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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