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5. 22. 월요일
다시 꿈에서 마주 한 장면은 너와 내 결혼식장이었다.
많은 하객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연주단의 악기 연습 소리가 분주하고 생기 넘쳤다.
그러나 나는 조용히 식장을 빠져나왔다.
식순준비에 지친 나는 그냥 모든 것을 끝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정말 이상하게도 연주단의 멤버들은 우리 회사 운영팀 직원들이었다.
회사에서 보기도 피곤한데 꿈속 내 결혼식까지 따라와서는 이것저것 따져 묻는 모습이라니.
그들은 회사에서의 모습과 똑같이 온전히 자신들이 맡은 업무를 완수하기 위하여 연주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조목조목 결혼식 식순의 세부적인 것들을 물을 때 난 굉장한 피곤함을 느꼈다.
그렇게 나는 그냥 식장 밖으로 나와버렸고, 거기에서 마찬가지로 준비되지 않은 너를 보았다.
우리는 서로를 발견했지만, 철저히 무시한 채 각자 한참을 다른 장소를 헤매었다.
각자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다가 이미 결혼식 시간이 10분이나 지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이대로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동의했다.
너의 짜증 섞인 한숨은 결혼식을 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함이 아닌, 그냥 이 모든 상황에 대하여 생각하고 싶지 않음을 의미하는 귀찮음의 표현이었다.
나는 그 한숨이 항상 싫었었고, 이대로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만나고 싶었던 너를 꿈에서 마주했는데
그것도 결혼식 장면이었는데
이제는 아무리 노력해도 너와의 아름답던 시절의 모습은 떠오르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현재 회사에서 겪고 있는 스트레스를 너라는 사람에 대입시켜 그저 도망치고 싶은 것인지
왜 난 이번 꿈에서 조차 네 얼굴과 말소리는 떠올리지 못하는 것인지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지만, 한 가지 사실은 확실히 알 것 같다.
나는 지금의 생활에 지쳐있고, 앞으로 나아갈 결정을 하기에 의지 할 사람이 없다는 것.
결혼식장이 배경인 것과, 그 결혼식을 완료하지 못하고 밖에서 헤매었다는 것.
결혼상대가 지금의 남편이 아니라 너라는 것.
그렇게 그리웠던 너의 모습 중 가장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한숨짓는 모습만 보았다는 것.
모든 것을 진행하고 싶지 않았고, 도망치고 싶었던 그 꿈속 내 감정을 통해 내 마음속 깊숙이 숨어있는 무의식이 뭔지 느껴졌다.
사회에서의 내 역할과 가정에서의 역할. 과거에 선택하지 않았던 길에 대한 그리움과 체념.
그리고 그 각각의 곳들에서 나에게 강요되는 책임과 그에 대해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나를 발견한 무력함.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대변하듯 등장한 너라는 존재의 무기력함에... 나도 너와 비슷한 한숨을 내뱉어 본다.
내가 좀 더 나은 상황이었더라면, 너와의 행복한 장면의 꿈을 꿀 수 있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그 꿈을 꾸기 위하여 난 현재를 바꾸려고 기꺼이 노력할 것이다.
너의 한숨이 아닌, 반짝이던 그 눈빛을, 그 눈동자 안에 담기었던 내 모습을 꿈에서라도 볼 수 있다면.
그래도, 좀 더 행복해져야 할 이유가 생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