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죽음이 가까이 왔을 때

사실 죽음은 언제고 찾아올 수 있음에도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산다

by 애송이

내게 죽음이 이렇게나 가까이 느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초등학교 3학년 올라가던 날, 그날 나는 죽음의 문턱에 다다랐다.


그날은 개학식이었다.

교실은 오랜만에 본 아이들이 서로를 반가워하는 소리로 시끌시끌했다.

나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하릴없이 바라보던 중 교내 방송이 낡은 스피커를 뚫고 나왔다.


"곧 개학식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학생 여러분은 운동장으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만 내가 어릴 적만 하더라도

학생들이 다닐 수 없는 계단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학교 중앙에 위치하여 '중앙 계단'이라 불리던 계단은 선생님들만 다닐 수 있는 계단이었다.

그 계단을 학생이 오르내리다 선생님에게 발각이 되면 혼이 났다.

학생들은 '중앙 계단'을 제외한 건물 양 끝에 위치한 계단을 이용해야 했는데

'중앙 계단'은 나무로 만들어진 반듯한 계단이었고 양 끝에 위치한 계단은 시멘트로 만든 계단이었다.

시멘트로 만든 계단이라는 것이 지금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상상이 어려울 것 같아

참고 사진을 찾아보았다.


스크린샷 2025-02-01 114525.png


사실 이것은 참고 사진이 아니라 실제 계단 사진이다.

내가 사고가 났던.

이 사진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이유는 이 계단에서 일어난 사고가 9시 뉴스에 박제될 만큼 큰 일이라

아직까지도 유튜브에 자료 화면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진의 계단이 벽과 만나는 부분을 자세히 보면 반듯하지 않은 것이 느껴질 것이다.

실제로 계단은 반듯하지 않았다. 형태가 바르지 않아 평상시에도 가다가 넘어지는 경우가 발생했다.

그런데 심지어 그 시절에는 '왁스'라는 것으로 - 아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

교실 바닥을 닦고 청소했는데 아주 미끄러웠다.

학생들은 그것으로 나무 바닥을 반짝이게 닦았고

또한 저 시멘트 계단까지도 왁스로 닦고는 했다.

그 결과 보기에는 반짝거리지만 반듯하지 않고 미끄럽고 단단한 계단이 탄생했다.


교내 방송을 들은 아이들은 우르르 양쪽 계단으로 몰렸다.

나 또한 운동장 조회에 참석하기 위해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은 아이들로 우글우글했다.

'와, 내 발도 안 보여.'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평소 미끄러운 계단이 무서워 항상 발을 살피며 내려갔었는데

내 발을 내려다 보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던 그때

'어어? 너무 미는데?'라는 생각을 했던 것을 마지막으로

나는 그날의 기억이 없다.


이 뒤로부터는 나를 발견한 이들의 증언이라 이 증언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알 수 없다.


예상했을지 모르겠지만 압사사고가 발생했다.

어떤 아이가 밀었는지 밀렸는지 아이들은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고

아이 위에 아이가 쌓이기 시작했다.

단단한 시멘트 계단 위에 놓인 아이 위에 아이가 쌓이면서

단연 맨 아래 아이는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되었다.


나를 발견한 선생님은 내 옷을 서둘러 가위로 자르셨다고 했다.

왜냐면 압력으로 인해 온통 몸이 퉁퉁 부어올라 옷이 몸을 조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이 잘라내신 그 코트는 내가 가장 좋아하던 코트였다.


그렇게 조각조각 내 옷을 자르시고 의식과 호흡이 없는 내게 인공호흡을 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 시각 학교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사시던 어머니는 평소와 같이 라디오를 들으며 집안일을 하고 계셨고

2살 어린 동생과 함께였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오늘따라 앰뷸런스가 많이 다니네'라고 생각하실 만큼

시끄럽게 앰뷸런스 여러 대가 오고 갔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 대해 별 개의치 않던 중 전화가 울렸다.


'따님이 병원에 있습니다. 빨리 오셔야 할 것 같아요.'


서둘러 동생을 옆집에 맡기고 정신없이 병원으로 향하는 택시를 탔다.

엄마는 병원을 향하며 자신을 탓하셨다고 했다.

그 수많은 앰뷸런스 소리를 들으면서 엄마라는 사람이 내 아이가 위급함을 왜 느끼지 못했을까라고.

말도 안 되는 말이다.

그걸 어떻게 알았겠냐고 되물었지만 엄마는

엄마라면 알았어야지. 내 아이가 생명이 위험했는데.라고 대답했다.


병원에 도착한 엄마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했다.

도무지 눈앞에 퉁퉁 부어 눈의 위치조차 잘 가늠이 안 되는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고는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그 아이 발치에 놓인 조각조각난, 딸아이가 가장 아끼던 코트를 보고

'아, 이 아이가 내 딸이구나.'라고 인지할 뿐

믿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8살 난 딸아이를 키우는 지금,

나는 그 당시 엄마의 심정이 어땠을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으며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그렇게 나는 3학년이 되던 3월, 죽음의 코 앞에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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