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북스 페이퍼 프로
“딸깍- 딸깍-”
요즘 책을 읽을 때 들리는 소리다. 전자잉크로 만들어진 글자들이 ‘딸깍’ 소리에 맞춰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다. 책장을 쓸어넘기는 대신 페이지 넘김 버튼을 누르며 한 손으로 여러 권의 책을 읽고 있다. 얼마 전에 구매해서 생각 이상으로 잘 사용하고 있는 ‘리디북스 페이퍼 프로(일명 리페프)’이다.
종이책에서의 경험을 온전히 전자잉크로 재현하고 싶다는 리디(RIDI)의 바람으로 만들어진 ‘리디북스 페이퍼 프로’는 e북 리더기 입문자용으로 자주 언급된다. 그만큼 처음 사용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으며 작동법을 쉽게 익힐 수 있다. 이외에도 예스24의 크레마와 교보문고의 샘, 오닉스 북스의 포크를 꼽는다. 한 손에 들어오는 7.8인치 전자잉크 디스플레이, 얇은 두께와 가벼운 무게가 큰 메리트로 다가와 리페프를 선택했다.
며칠 동안 사용해본 리페프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전자잉크 디스플레이 덕분에 오래 시간 글을 읽어도 눈이 덜 피로했다. 스마트폰에 흔히 사용되는 LCD(Liquid Crystal Display)는 백라이트(back light: 후방 조명)를 통해 화면을 보여주기 때문에 눈이 부셔 책을 보기에 적합하지 않지만, 그와 동작 방식 및 특징이 완전히 다른 전자잉크는 책을 보는 데 특화되어 있다.
리디의 설명에 따르면 “전자잉크는 백라이트 없이도 디스플레이 내부에서 수많은 마이크로캡슐 속에 담긴 검은색과 흰색 입자가 이동하면서, 디스플레이 표면에 위치한 입자의 색상 조합에 따라 검은색 및 흰색, 그리고 그사이 14단계 점을 표현하기 때문에” 책을 보는 데 적합했다. 그래서 종이책을 보는 것처럼 눈이 편안했다.
다만, 검은색과 흰색 입자가 이동하면서 화면을 구성하기에 화면 전환 속도가 느리다. 모든 면에서 빠름을 추구하는 한국인의 성정에 참을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직접 사용해보니 견딜만했다.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릴 뿐이지 구매목록에 있는 책을 다운로드하는 것은 금방이다. 화면에 뜬 빈 온점을 몇 번 채우고 나면 내 서재에서 바로 읽을 수 있다.
그다음으로 리페프의 얇은 두께와 가벼운 무게를 장점으로 뽑았는데, 정말 한 손으로 들고 읽을 수 있을 만큼 가벼웠다. 크기는 기본 인쇄 판형과 유사하면서 종이책보다 가볍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가볍다고 해도 스마트폰과 비슷한 무게라 오래 들고 있으면 손목이 아프다. 그래도 수백 쪽이 넘어가는 책들을 같은 무게로 들고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어깨를 생각해서 빠져나가는 책들을 보며 안타까웠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괜찮았다.
하지만 가볍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들고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는 부품 구조 특성상 충격 및 압력에 다소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종이에 글자가 인쇄된 느낌을 구현하기 위한 구성들로 인해 적은 외부 힘으로도 파손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디스플레이가 다치지 않도록 귀하게 다루고 있다.
이러한 리페프를 만든 리디북스는 2009년에 출시되었으며, 현재 우리나라 e북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 일반도서와 로맨스, 판타지, 무협과 같은 장르 소설 그리고 만화를 다루고 있어 폭넓게 즐길 수 있다. 정기구독 서비스인 ‘리디셀렉트’에서는 엄선한 신규/베스트셀러 선정 도서와 짧은 기사 콘텐츠 ‘아티클’을 만날 수 있다.
처음 리페프를 사용했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리디북스에서 제공하는 e북의 수가 많다는 것에 놀랐다. 더불어 장르 소설이나 만화도 다양하게 있어서 신기했다. 일반 서점의 퀄리티를 기대한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반대였다. 워낙 기대치가 낮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다른 나라에 비해 e북의 수와 종류가 미흡하다는 평을 받는 국내 시장에서 그 정도면 적당히 만족할 만하다. 하지만 읽고 싶었던 책을 검색했는데 나오지 않을 때면 조금 허탈하기도 하다.
e북 리더기에 관심을 두고 구매를 결심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전까지 책을 좋아하긴 했으나 e북도 리더기도 선뜻 다가가기 힘들었다. 나에겐 아직 종이책이 주는 느낌, 으레 말하듯 종이의 질감이나 냄새가 좋았기 때문이다. 종이책의 두께를 느끼며 손에 쥐고 읽으면서 원하는 부분을 바로 넘겨보고 책갈피나 포스트잇으로 표시하는 일련의 과정이 좋았다. 말 그대로 책을 읽고 있다는 느낌에 기분이 한껏 고양되기도 했다. 반면 e북은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정보 덩어리로 느껴졌다. 손안에 들어왔다고 생각되지 않아서 금방이라도 없어질 것 같았다.
분명 그랬는데 친구의 추천을 받고 리페프를 사용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사용하기 전까지 왜 리더기를 사는지 이해가 안 됐는데, 지금은 어떻게 리더기 없이 스마트폰으로만 봤지 싶었다. 올해 소비 목록 중에 만족도가 높은 제품이다.
참고자료
리디북스 홈페이지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 문지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