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에 진심인 왓챠, 그만큼 나도 진심이다.
헐 왓챠에 해리포터라니. 왓챠 트위터 공식계정이 해리포터 관련 트윗에 하트를 누르고 다닌다는 소문을 듣고 설마 했었다. 그런데 그 해리포터가 왓챠에 들어온다니 믿기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머릿속에 온갖 물음표가 떠다니는 와중에 왓챠는 12월 1일에 해리포터 세계관으로 가는 PLATFORM 9¾을 열었다.
운이 좋게도 나는 해리포터를 영화로 처음 봤다. 보통 책이 원작인 경우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졌을 때 원작을 봤던 사람들은 상상했던 것과 다른 결과물에 실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를 먼저 봤기에 그런 부분에서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오히려 영화를 보고 책을 봐서 다행이라 여겼다.
영화는 책이었다면 집어 들지 않았을 해리포터를 읽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책을 읽으며 상상할 기회를 빼앗겼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해리포터 영화는 내가 책 속의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마법 세계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줬음은 두말할 것이 없다. 그 때문에 해리포터 영화 시리즈에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다.
제작자가 자신의 작품 속에 숨겨 놓은 재미있는 장치
9와 3/4 승강장이 열리기 한 달 전부터 왓챠는 신나 보였다. 하긴 해리포터가 왓챠에 들어오는데 신이 안 날 수가 없다. 덕분에 한 달 동안 SNS에서는 왓챠와 해리포터 이야기로 가득했다. 그래도 트위터나 인스타 등 왓챠 공식계정이 해리포터로 도배되지 않은 것을 보면 많이 자중한 것 같다. 내가 담당자였으면 해리포터 관련 게시물만 올리는 기행을 부리지 않았을까. 어쩌면 신이 난 것은 나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12월 1일 해리포터 시리즈가 공개된 왓챠는 해리포터에 진심이었다. 앱 시작 화면부터 누가 봐도 해리포터 분위기 나는 왓챠 로고에서 알 수 있었다. 더불어 해리포터에 진심인 왓챠는 머글(Muggle, 해리포터 속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일반 사람)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이스터 에그를 곳곳에 심어놨다.
골든 스니치(Golden Snitch)
“골든 스니치”는 날개가 달린 호두알만 한 황금 공으로, 해리포터 속 가장 유명한 스포츠인 퀴디치(Quidditch)에서 사용된다. 이는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이스터 에그인데,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기 위해 영화 화면을 누르면 골든 스니치가 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신기해서 눌러보면 잡아보라는 듯이 이리저리 움직인다.
볼드모트(Voldemort)
“볼드모트”의 이름을 검색창에 입력하면 “이름을 말해서는 안돼!”라는 문구가 뜨면서 핸드폰이 진동한다. 순간 해리포터 세계관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입으로 말한 것도 아니 건만 괜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루모스(Lumos)
루모스는 지팡이 끝에서 불빛을 만들어내는 마법 주문이다. 그래서 검색창에 “루모스”를 입력하면 마우스 커서가 환하게 빛나며 화면을 비춘다. ‘해리포터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어두운 복도를 비추기 위해 루모스를 말하던 해리가 떠올랐다. 짧은 주문이라 기억하기 쉬워서 금방 외웠던 것 같다.
녹스(Nox)
루모스로 빛을 불렀으면 당연히 끌 수도 있어야 한다. 이때 사용하는 주문인 녹스는 지팡이 끝의 불빛을 끈다. 알려진 이스터 에그는 3가지뿐이라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검색창에 친 “녹스”를 입력했다. 한순간에 화면이 어두워지더니 마우스 커서가 있는 부분만 겨우 보였다.
총 5가지 이스터 에그가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확실하게 알려진 것은 골든 스니치, 볼드모트, 루모스이다. 나머지 두 개를 찾기 위해 이것저것 검색해보고 눌러봤지만, 루모스와 반대되는 녹스만 찾았을 뿐이었다. 마지막 하나는 아직도 찾지 못했다. 이러다가 온갖 마법 주문을 검색해볼 것 같다.
해리포터 덕후(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로서 왓챠 시작 화면부터 웅장해지는 마음을 다스리기란 쉽지 않았다. 거기다 몰입도를 높여주는 이스터 에그 덕에 더욱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수도 없이 봤지만 이번만큼 과하게 몰입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덕분에 해리포터에 허덕이며 처음부터 다시 정주행하고 있다.
지금은 이렇게까지 해리포터에 진심이지만, 놀랍게도 처음 영화를 보자마자 해리포터 덕후가 된 것은 아니었다. 마법 세계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었던 영화였지만 제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봤을뿐더러 마법을 쓰고 지팡이에서 불꽃이 튀는 것만 생각났다. 그런데도 주인공 배우의 이름을 외우고 있었으며 해리포터 시리즈 마지막인 죽음의 성물을 상영 당시에 보았으니 좋아했던 것은 확실하다.
덕후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해리포터에 빠졌던 것은 중학생 때이다. 예전에 재미있게 봤던 마법 영화의 제목이 해리포터이며 책이 원작이라는 사실을 알고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본격적으로 해리포터를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생겼다.
학생 1명당 최대 n권을 대출할 수 있었는데 해리포터 마법사의 돌을 빌리고 하루 만에 반납하는 나를 보고 사서 선생님께서 자신의 대출 권수도 나눠주셨다. 덕분에 몇 권의 책을 더 빌릴 수 있었던 나는 기뻐하며 두 손 가득 책을 쌓아 계단을 올라갔다. 빨리 집에 가서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에 걸음을 서두르고 있었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다른 선생님 목소리가 들렸다.
책을 한가득 안고 가는 학생의 모습을 보고 화색이 돌았던 선생님께서 책 제목이 해리포터라는 사실을 알자마자 당황스러워하셨다. 덩달아 뻘쭘해진 나는 책을 방패막이로 삼아 인사드리고 재빠르게 사라졌다. 해리포터 책을 쌓아서 들고 가는 모습이 얼마나 덕후같이 보였을까 싶었다. 그래도 집에 가서 읽었던 해리포터는 재미있었기에 추억으로 남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왓챠에 들어온 해리포터를 보며 추억을 되새기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이러면 글만 길어질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해리포터가 왓챠에 나온 지 벌써 열흘이 넘어가는데 너무 늦은 뒷북이 아니냐고 해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해리포터이기 때문이다!
나의 10대를 함께 했던 영화를 애정하고 또 애정하기에.
해리포터에 진심인 왓챠를 보며 그만큼 나도 진심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 문지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