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나후아토(1) - 골목골목에서 즐기는 마리아치 투어
"너는 멕시코 어디가 가장 좋았어?"
주변에서 나오는 단골 질문이다. 이 질문을 받으면 정말 난감한데, 멕시코 여행에서 좋았던 장소는 세 손가락으로 못 추릴 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호수마을 바깔라르, 멕시코에서밖에 못 보는 자연 수영장 세노떼(Cenote), 멕시코 전통적인 매력이 있는 와하카 등 멕시코는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곳이 많다.
그러나, 총점을 매겼을 때 가장 좋은 곳을 뽑으라면 나에게는 과나후아토(Guanajuato)가 1등이다. 그날의 날씨, 만났던 사람들, 도시의 경관과 코코에서만 접했던 아름다운 야경, 옥상에서 야경이 보였던 숙소와 로컬 식당에서 먹었던 맛있는 음식까지. 과나후아토에서 보냈던 모든 순간에서 거를 타선이 없었다.
미리 과나후아토 자랑을 하며 글을 시작한다. 과나후아토는 내 여행인생 통틀어 S급 여행지다.
D+4
과나후아토는 멕시코시티 서쪽에 위치해 있으며, 버스로 5시간 떨어져 있다. 여기에서 사람들이 간과하는 사실이 있는데, 사실 멕시코는 땅덩어리가 굉장히 넓은 나라이다. 도시 간 도시 이동을 할 때 3시간 정도면 '아 짧구나.'하고 느끼게 될 정도로 말이다. 과나후아토는 오히려 동쪽으로 멕시코 일주를 하는 내 여행 동선 상 어긋났지만, 영화 코코의 모티브가 된 도시이니만큼 포기할 수 없어 3박이라는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다.
멕시코는 땅덩어리가 넓은 만큼 도시 간 이동수단인 고속버스가 대단히 잘 되어 있다. 물론 가격은 5만 원을 상회할 정도로 멕시코 물가치고 비싸긴 하나, 멕시코 교통수단 치고 매우 편하며 거의 렌터카나 비행기타지 않으면 유일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추천한다. 나는 오전 8시 30분 버스를 타고 과나후아토로 향했다.
그렇게 과나후아토에 들어서면 두 가지 난관이 있다. 첫 번째는 과나후아토 버스터미널에서 센트로(Centro)로 가기. 나는 초행길인 데다가 스페인어를 잘 못하니 대충 적정가격인 100페소를 내고 구글맵을 보여주며 어찌어찌 도착했다. 두 번째는 오르막길과 골목길 한복판에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찾는 것. 다행히도 새로운 동행친구가 마중을 나왔으나 20kg를 상회하는 캐리어를 들다가 돌길에 넘어졌다. 잊지 말자. 과나후아토는 돌길로 가득하니 캐리어를 들고 도보이동은 하지 말자!
그렇게 만난 동행친구는 멕시코의 과달라하라라는 도시에서 어학연수를 하는 친구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멕시코 여행에서만큼은 인복이 매우 좋았다. 하나 같이 다 좋은 사람들이었고, 놀랍게도 나와 동행했던 친구들 모두 스페인어 능력자였다(칸쿤은 스페인어보다 영어가 더 많이 들리니 제외). 특히 3주 만에 여행일정을 짜고 와 멕시코 문외한이었던 나는 이 친구(이하 수빈)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스페인어 통역은 물론이고 멕시코 문화와 흥정 꿀팁을 많이 알려줘서 이후 멕시코 일정에서 매우 잘 써먹었다.
그렇게 짐 정리를 대충 하고 과나후아토를 관광하기 위해 나왔고, 카메라 셔터를 끊임없이 눌렀다. 골목 하나하나가 동화 속 한 장면 같았다. 형형색색의 집들과 언덕 위까지 빼곡히 차있는 집들. 가슴이 두근거렸고 옆에 있던 수빈이한테 "나 지금 너무 행복해."를 연발하며 거리 위를 걸었다.
그렇게 도심 속 카페에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디에고 리베라 벽화로 가득한 박물관도 돌아보고, 공원에 앉아 쉬었다. 그때 수빈이가 저녁에 마리아치(Mariachi) 공연을 보자고 했고, 그때 당시 마리아치가 뭔지도 몰랐던 나는 하자고 했다. 마리아치는 멕시코의 민속음악을 연주하는 거리 위 음악가를 뜻하며, 과나후아토에는 저녁마다 멕시코 전통복장을 입고 거리 이곳저곳에서 공연을 하는 마리아치를 따라다니는 투어가 있다. 마리아치의 공연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나후아토 거리 곳곳을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이다.
그러면서 마리아치 공연을 보기 전에 멕시코 민요를 알아야 한다면서 여러 곡을 들려주었다. 많은 음악을 들려주었는데 지금도 기억에 남는 곡은 <Cielito Lindo>로, 후렴구에 "Ay, ay, ay, ay" 부분이 계속 등장해 스페인어 무능력자인 나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멕시코 민요를 속성으로 배우고 마리아치 투어를 예약하기 위해 센트로로 갔다. 그곳에 키가 훤칠한 마리아치 친구가 오늘 저녁 공연을 영업 중이었고, 우리는 바로 투어를 예약했다. 수빈이가 예약을 하며 나에게 알려줬던 한 가지 팁이 있는데, "estudiambre(가난한 학생)"이라고 말하면 거진 흥정에 성공한다고 한다. 이 단어를 배운 후로 나는 택시기사한테도, 잡상인한테도, 투어사에서도 '에스뚜디암브레'를 써먹게 된다.
이후 저녁을 먹기 위해 센트로 유니온 공원으로 향했다. 그중 사람이 제일 많은 식당 야외석에 앉아 파히타(Fajita)를 시켰고, 서비스로 나오는 또르띠야의 양에 감탄하며 만족스럽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마리아치들이 식당 안으로 들어와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거리가 보이는 식당에서 마리아치의 노래를 들으며 맥주 한 잔을 하니, 한국에서는 씨알도 없었던 낭만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거리를 구경하니, 마리아치 투어를 할 시간이 되었다. 우리가 예약했던 마리아치는 첼로를 연주하던 내 또래 남자분이 사회를 보며 관객의 반응을 유도했는데, 갑자기 파란색 첼로를 360도 돌리며 호응을 유도해 함성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거리의 이곳저곳에서 노래를 연주했고, 멕시코 노래를 하나도 모르는 나도 흥이 나 춤을 출 정도로 재미있었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누비던 중 과나후아토 명소인 키스 골목(Callejon del Beso) 앞에 멈추더니 갑자기 뜸을 들인다. 뭔가 했더니, 마리아치 투어를 신청한 사람들 중에 부부가 많았는데 남편들이 장미를 들고 일렬로 등장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마리아치의 세레나데가 깔리며 남편분들이 아내분들께 장미를 넘기는데,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았다. 남편도 없는데 남편이 보고픈 느낌이 들었달까.
그렇게 키스 골목에서 과나후아토 대학교로 이동해 계단에 앉히더니, 갑자기 관객들 몇몇을 무대(?)로 불러 연극을 시킨다. 이게 메히코 바이브인지 모르겠지만 불려 나온 관객들 모두 빼지 않고 단번에 무대로 나왔으며, 무대로 나온 사람들의 볼이 발그스름한걸 보아 다들 거하게 취해있었다. 우리 앞에 나간 분 자리를 보니 옆에 다 마신 맥주캔이 궤짝으로 들어있었다. 그렇게 마리아치는 관객들과 함께 과나후아토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러브스토리를 연극으로 재현했고, 마지막 막장 엔딩(?)을 관람하며 우리는 물개박수를 쳤다. 밤 10시, 야경이 아름다운 거리 한복판에 앉아 마리아치의 노래를 들으니,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마리아치 공연이 끝났고, 우리는 숙소에 들어와 여운을 잊지 않기 위해 맥주 한 잔 하며 과나후아토의 첫째 날을 마무리했다. 이 날의 날씨, 사람들, 거리의 분위기 등 모든 것을 평생 잊지 못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