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송가Kasonga 주민들이 생존하는 방법
내가 사는 지역 사회에서는 매주 월, 목요일이면 '송가니 Songani'라는 시장에서 장이 열린다. 이 날은 좀바 Zomba(지역구 중심 도시) 시내에 사는 사람들도 송가니에 내려와 장을 볼 만큼 다양한 종류의 야채, 곡식, 그리고 옷감 등이 넘쳐 난다. 또한, 곳곳에서 모인 여러 상인들이 경쟁을 펼치기 때문에, 질 좋은 상품들을 싼 값에 살 수 있다.
우리 지역(도마시,Domasi)에서 모든 길은 이 길 하나로 통한다. 이 길을 통해 여러 마을 사람들은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시장인 송가니(Songani) 시장으로 간다. 시장으로 가는 이 길에서 다른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오랜만에 서로 인사를 나 누고, 안부도 묻는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이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카송가에서 오는 주민들이다. 카송가는 송가니(시장)에서 10Km 떨어진 깊숙한 산 골짜기에 위치한 지역이다. 편도로 10km라는 거리 자체만으로도 숨이 턱 막히지만, 더 큰 난점은 5km 지점을 지나면서부터 시작된다. 남은 절반 5km는 산을 타서 올라가는 지형이고, 경사가 점점 가파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편도로 이들은 약 2시간을 걸어야 시장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카송가 주민들의 장날 풍경에서 한 가지 더 알아 두어야 할 것은 집에서 시장 갈 때는 간편하게 빈 보자기를 들고서 내려가지만, 장을 보고 집으로 가는 길에는 빈 보자기가 다 터져 나갈 만큼, 아니 그러고도 양손과 머리에 잔뜩 검은 비닐봉지와 장바구니를 이고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 날에만 이들을 위한 전용 대중 버스, 아니 대중 트럭이 생겼다. 이 2 톤짜리 트럭은 짐을 싣는 화물칸에 화물뿐 만 아니라, 사람들을 태우고 산으로 올라간다. 그러나, 이 버스 역시 이윤이 있어야 돌아가기 때문에 (시골 마을에도 공짜는 없다는 것을 명심하시길), 한 사람당 500 콰차 (약 1200 원)의 운임 요금을 내고서 탈 수 있다. 그러나 이 요금이 마을 사람들에게 결코 부담 없는 요금은 아니다. 송가니 시장에서 좀바 시내까지 이동하는 미니버스 (대중교통) 요금이 200 콰차 (약 500 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2 배를 훌쩍 넘는 값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카송가 주민들이 트럭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주로 트럭을 타는 주민들은 카송가 산골짜기에서 작은 구멍가게를 하고 있는 상인들이 송가니에서 대량으로 자재를 구입하여 운반하여야 할 때나, 일반 가정에서는 옥수수나 카사바 등 주 식량을 50kg짜리 자루로 몇 대씩 구매를 하였을 때 등이다.
카송가 주민들은 대체로 장을 볼 때 홀로 장을 보지 않는다. 집으로 걸어서 돌아가는 길에 너무 지치면 보조해 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집 저 집 몇몇 이웃들이 뭉쳐서 다니고, 주로 친척 관계인 경우가 많다. 카송가 주민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어머니들은 머리에 보자기를 이고, 한 손에는 사탕수수를 가볍게 베어 먹고, 한 손에는 다른 짐을 들고서 여유 있게 걸어간다. 때론, 너무 힘이 들면 어느 지점에 서서, 트럭이 오길 기다렸다가 중간에 합류하여, 트럭을 타고 집으로 가는 주민들도 있다.
카송가 마을 입구에 다다르면, 집에 있던 아이들이 마중 나와 먼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어머니와 이모들을 기다리고 있다. 시장에 가서 고생했을 어른들을 도와주기 위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늘 나와 있는 것이다. 트럭에서 자기 어머니를 발견하면, 아이들은 달려가서, 단숨에 어머니의 손에 든 짐을 나눠서 갖는다. 그렇게 풍족한 식량과 생필품을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그렇게 가벼울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카송가 주민들이 장날에 단순히 소비 활동만 하는 것은 아니다. 카송가가 10km 깊숙한 산 골짜기에 있다고 한 것을 기억하시는가? 카송가는 해발 1000미터가 넘으며, 평균 기온이 지상보다 확연한 차이가 날 만큼 그 지역만의 생활양식이 확고한 지역이다. 그래서 이 곳 대부분 가장들의 주 소득 수단은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의 선물을 활용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통나무이다. 카송가 주민들은 이 통나무를 활용하여 집에서 참숯을 직접 만들고, 손수 맨 발로 통나무 그루째로 굴려서 장 날에 시장에다 팔기도 하며, 카송가 내 마을에 작업장을 만들어서, 의자 및 책상, 그리고 창문틀 등의 목공제품을 만들어 내다 팔기도 한다.
장 날 전날 밤, 분주하게 움직이는 카송가 사람들의 소리를 집 안에서 가만히 듣고 있다.
주로 여성 (아주머니)들은 머리에 문짝이며, 창 문짝 등 손수 제작한 가구들을 이고서, 남성들은 발로 큰 통나무를 맨 발로, 그리고 맨 손으로 방향을 다듬어 가며 10KM의 길고 어두운 여정을 서로의 숨소리와 온기에 기대어 이동한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점점 가까워져 오는 햇살에 설레는 마음을 가득 갖고서.